🧨 몰락한 프렌차이즈

🍲 본설렁탕 – 전통 메뉴를 브랜드화했지만 실패한 이유

write3621 2025. 7. 2. 23:38

‘본설렁탕’은 건강한 전통 한식 브랜드 ‘본죽’으로 성공을 거둔 본아이에프가 설렁탕이라는 전통 보양식을 현대적 시스템으로 재해석하며 런칭한 프랜차이즈다. “진한 국물, 정갈한 밥상”이라는 콘셉트와 HACCP 인증 국물 제조공장, 간편한 조리 시스템, 포장과 배달의 편의성을 앞세워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늘려가며 한때 외식업계의 ‘설렁탕 표준화’ 시도를 상징했다. 하지만 지금의 본설렁탕은 과거에 비해 매장 수가 급격히 줄었고, 시장에서의 존재감 역시 약해졌다.

 

본설렁탕 이 실패한 이유

 

그 원인은 단순히 설렁탕 시장의 포화 때문이 아니었다.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 메뉴 경쟁력 약화, 변화에 대한 둔감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본설렁탕은 점점 소비자와 멀어졌다.

 

‘본죽의 성공 방정식’으로 설렁탕 시장에 진입하다

본설렁탕은 본아이에프가 본죽, 본죽&비빔밥카페로 쌓은 인프라를 활용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런칭한 외식 브랜드였다. 설렁탕은 계절과 상관없이 수요가 꾸준한 한식 메뉴였고, 체인화가 어렵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표준화·브랜딩·위생’이라는 장점을 강조한 전략은 주목받았다.

특히 본설렁탕은 본사 중앙공장에서 고온·고압 방식으로 우려낸 사골 육수를 매장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매장 운영의 효율성과 맛의 일관성을 모두 확보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점했다. 또한 본죽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규모 매장에서도 빠르게 회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고, 초보 창업자도 접근 가능한 구조였다.

메뉴 구성 역시 초기에는 효과적이었다. 진국설렁탕, 매운설렁탕, 수육정식, 한우사골육개장 등 소비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다양화된 메뉴는 가족단위 고객뿐 아니라 직장인 점심 수요까지 겨냥할 수 있었다. 브랜드는 ‘국밥의 현대화’라는 흐름에 적절히 탑승하며 매장을 전국 단위로 확장해나갔다. 그러나 초기 콘셉트에 머물러 있던 브랜드는 외식 환경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며 점차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된다.

 

변하지 않는 메뉴, 늘어나는 불만 – 경쟁력 약화의 시작

설렁탕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메뉴다. 그래서 초기에는 ‘정통’이라는 키워드가 강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맛은 빠르게 변했고, 다른 국밥 브랜드들이 트렌디한 비주얼, 양념 조합, 사이드 확장 등으로 변화하는 동안 본설렁탕은 수년간 메뉴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한우 대신 미국산·호주산 사골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프리미엄을 유지했고, 이에 대해 ‘가성비가 낮다’는 소비자 불만이 늘어났다. 특히 주요 배달앱 리뷰에서는 “국물은 밍밍하고 고기가 질기다”, “양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피드백이 반복되었고, 이는 매출 하락으로 직결되었다.

또한 매장 간 품질 차이도 본사의 예상보다 컸다. 아무리 중앙공장에서 육수를 공급한다고 해도, 최종 조리 방식, 고기 데우기, 밥 상태, 반찬 구성 등에서 편차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브랜드의 일관성’이라는 본설렁탕의 최대 무기가 약화되었다.

신제품 출시 주기도 느렸고, MZ세대를 위한 감성적 메뉴나 시즌 한정 메뉴가 없었기 때문에 충성 고객 이탈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누구나 한 번은 가보지만 두 번은 가지 않는 브랜드’라는 평가가 확산되었다.

 

시장의 변화에 둔감했던 운영 구조 – 배달과 리테일 대응 실패

코로나19 이후 외식 시장은 매장 중심에서 배달, 포장, 밀키트 중심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본설렁탕은 이 흐름에 뒤늦게 올라탔다. 본죽이 밀키트와 HMR 시장에 빠르게 진출했던 반면, 본설렁탕은 그보다 한참 느린 속도로 대응했다.

설렁탕은 본질적으로 배달에 적합한 메뉴지만, 패키징 문제와 보온성 미흡, 국물 유출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 독이 되었다. 브랜드는 위생적 이미지와 시스템 운영을 강조했지만, 배달 서비스에서는 그 강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소비자 경험은 오히려 평균 이하가 되었다.

또한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본죽은 ‘병문안 죽’, ‘한 끼 식사’, ‘건강식’이라는 강력한 키워드를 갖고 있었지만, 본설렁탕은 ‘설렁탕 전문점’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스토리나 콘셉트를 제공하지 못했다. 고급도 아니고, 가성비도 아니며, 감성도 없는 브랜드는 시장에서 금세 소비자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리테일화 시도 또한 제한적이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주요 커머스 플랫폼에서 설렁탕 제품을 출시하긴 했지만, 기존 밀키트 강자들과 비교할 만한 콘텐츠나 마케팅이 없었다. 브랜드 인지도는 있었지만, 활용도가 떨어지는 구조였다.

 

본설렁탕이 남긴 교훈 – 전통을 현대화할 땐 정체성과 혁신이 함께 가야 한다

본설렁탕은 ‘설렁탕이라는 전통 음식도 체인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브랜드였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시작보다 유지가 더 어렵고, 유지보다 진화가 더 어렵다. 본설렁탕은 초기 성공에 안주한 채 시스템 혁신, 메뉴 리뉴얼, 고객 접점 강화에 둔감했고, 그 결과 지금은 과거의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브랜드가 지속되기 위해선 기본은 지키되, 시장과 소비자에 맞게 유연하게 바뀔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전통 한식을 브랜드화할 경우, ‘정통성’만 강조해선 부족하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함, 감성, 차별성도 함께 갖춰야 한다. 본설렁탕은 이 균형을 놓쳤고, 결국 무색무취의 브랜드가 되었다.

현재 본설렁탕은 일부 상권에서 여전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신규 가맹 확장과 소비자 반응 면에서는 둔화된 상태다. 예비 창업자와 브랜드 기획자라면 이 사례를 통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전통을 현대화할 때는, 단순히 메뉴를 표준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험, 감성, 지속 가능성을 함께 설계해야 브랜드는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