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 도쿄등심 – 고급 한우 브랜드가 실패한 이유

write3621 2025. 7. 1. 21:57

‘도쿄등심’은 한때 국내 고급 외식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이름을 알린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중 하나였다. 일본식 콘셉트의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차별화된 정체성과, 최고급 한우를 다이닝 형태로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20~40대 소비자에게 주목받았다. 청담동, 강남, 판교 등 고소득 소비층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확장하며, 한때 외식업계의 유망 프랜차이즈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도쿄등심은 과거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도쿄등심이 실패한 이유

 

매장 수는 줄고, 브랜드의 존재감은 흐릿해졌다. 그 몰락은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라, 고급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지 못한 전략 부재의 결과였다.

 

프리미엄 한우 다이닝의 차별화 전략 – 초반 성공 요인

도쿄등심의 초기 전략은 확실히 독창적이었다. 단순히 고기를 파는 정육식당이 아니라, ‘셰프가 구워주는 코스형 한우 다이닝’이라는 콘셉트는 당시 한우 외식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였다. 일본식 미니멀 인테리어, 정갈한 플레이팅, 다이닝 전문 복장을 착용한 직원들, 그리고 사전 예약 중심 운영은 브랜드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메뉴 구성 또한 차별화되었다. 샐러드, 전채, 장국, 회, 숯불에 구운 한우 등심, 후식까지 이어지는 풀코스는 1인 6만~9만 원대라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한우를 코스로 먹는다’는 경험 자체로 소비자를 유도했다. 당시 청담, 판교, 한남동 등의 고급 소비권역에서는 충분히 통했던 전략이었고, 실제로 블로그 후기, SNS 인증샷 등을 통해 자발적 마케팅 효과도 컸다.

이러한 콘셉트는 단순히 고급 고기를 파는 것 이상으로 ‘고기를 매개로 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지녔고, 이는 도쿄등심의 전국 매장 확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프리미엄 외식의 한계는,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까다롭다. 도쿄등심은 이 유지 전략에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높은 가격, 불균형한 경험 – 고객 충성도 확보 실패

도쿄등심은 ‘고급 한우 다이닝’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졌지만, 문제는 고객의 기대치와 실제 경험 사이의 간극이었다. 1인당 6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하는 소비자는 단순히 고기의 질만이 아닌 서비스, 분위기, 일관된 맛, 예약 편의성, 위생 수준 등 복합적인 요소에서 완성도를 기대한다.

그러나 일부 매장에서의 불친절한 응대, 코스 구성의 부실함, 고기 질의 편차, 플레이팅의 일관성 부족 등은 빠르게 고객 불만으로 이어졌다. 특히 블로그 후기나 인플루언서 콘텐츠에서 “가격 대비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다수 등장하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줬고, 이로 인해 충성 고객 확보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고급 다이닝 업장임에도 매장 간 서비스 품질의 격차가 컸고, 인력 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셰프나 홀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손님 경험이 좌우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는致命적인 문제다. 본사의 매뉴얼이 있어도 실제 매장에서 이행되지 않는다면, 고객은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결국 “비싸지만 특별하진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 인식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뿐 아니라 기존의 프리미엄 외식층까지도 이탈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브랜드 확장은 빠르고 리뉴얼은 느렸던 구조

도쿄등심의 몰락을 가속화시킨 또 다른 요인은 지나치게 빠른 매장 확장과 그에 따른 브랜드 정체성 희석이었다. 초기엔 핵심 상권 위주로 ‘희소성’을 강조했지만, 이후에는 수도권 외곽, 지방 대도시 등 다양한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며 과포화 상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는 점차 희석되었고, 지역에 따라 브랜드 경험의 품질 차이도 심화되었다.

또한 고급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리뉴얼 주기가 매우 느렸다. 메뉴 구성은 수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고, 고객의 입맛 변화나 외식 트렌드에 대한 반응 속도도 느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외식 시장의 구조가 ‘작은 테이블’, ‘비대면 예약’, ‘소형 다이닝’ 위주로 재편되는 동안 도쿄등심은 여전히 대형 코스 중심 구조를 고수하며 유연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SNS 홍보, 인플루언서 마케팅, 리뷰 관리 등 디지털 브랜딩 활동이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이 줄어들었다. 한때 고급 외식의 상징이었던 브랜드가 점차 시대와 맞지 않는 ‘구식 다이닝’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도쿄등심이 남긴 교훈 – 고급화는 정체성이 아니라 약속이다

도쿄등심의 몰락은 고급 외식 브랜드가 성공 이후 무엇을 놓치게 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고급화 전략은 브랜드 정체성의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브랜드의 유지 전략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는 리뉴얼, 고객 경험의 일관성, 직원 교육, 메뉴 혁신, 감성적 브랜딩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도쿄등심은 초반엔 고급 한우를 세련된 방식으로 재해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지 않았고, 그 결과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프리미엄 외식 고객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높고 이탈 속도도 빠르다. 이 소비자층은 한 번의 실망으로 브랜드 전체를 외면하기도 한다.

현재 도쿄등심은 일부 주요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신규 창업 속도도 느려졌다. 예비 외식 브랜드 기획자나 프랜차이즈 운영자라면 이 사례를 통해 기억해야 한다.
고급화는 가격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약속이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