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앤쿡’은 2010년대 초반, 넉넉한 양과 감각적인 메뉴 구성, 모던한 분위기로 대학가와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급성장한 외식 프랜차이즈였다. 2인분 이상의 플레이트 메뉴, 치킨 스테이크, 빠네 파스타 등 눈에 띄는 비주얼과 양을 내세워 SNS를 통한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누렸다. 특히 ‘가성비 좋고, 분위기도 괜찮은 데이트 장소’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 200곳이 넘는 매장이 생겼고, 외식업계에서 성공적인 캐주얼 레스토랑 모델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서가앤쿡은 눈에 띄게 존재감을 잃었고, 많은 매장이 폐점하며 쇠퇴기를 맞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유행의 종료가 아니라, 바뀐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브랜드 구조와 콘텐츠 정체 때문이었다.
비주얼과 양으로 승부한 외식 브랜드의 성공 공식
서가앤쿡은 초창기 외식 시장에서 보기 드문 ‘2인 플레이트 구성’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일반적인 단품 요리 대신 넓은 접시에 2인 이상이 나눠먹을 수 있도록 구성된 메뉴는 시각적으로도 압도적이었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데에 적합했다. 이러한 전략은 SNS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특히 치킨 스테이크 플레이트, 크림 빠네 파스타, 갈릭 라이스, 통삼겹구이 등은 양과 맛, 비주얼 세 요소가 고르게 충족되어 20~30대 젊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브랜드는 감각적인 매장 인테리어와 함께 ‘가성비 괜찮은 데이트 맛집’으로 자리잡았고, 이는 창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가왔다.
당시 외식 시장은 ‘1인보단 2인 이상의 외식’, ‘맛보다 분위기’, ‘음식+사진+공간 경험’ 중심의 소비 흐름이 강했고, 서가앤쿡은 이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며 전국적으로 빠르게 매장을 확장해갔다. 그러나 이 성공의 기반은 외식 환경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서만 유효했다. 이후 소비 트렌드가 바뀌자, 서가앤쿡의 구조적 약점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혼밥과 배달 중심 구조 변화에 둔감했던 대응력
2020년 이후 외식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1인 가구 증가와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인해 ‘혼밥’, ‘소형 메뉴’, ‘배달 최적화’가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서가앤쿡은 2인 이상을 기준으로 한 대형 플레이트 구조에 고착되어 있었고, 이를 유연하게 전환하지 못했다.
브랜드는 배달 시장에 진입했지만, 플레이트 메뉴는 포장 및 배달에 적합하지 않았다. 플레이트의 장점이었던 넓은 접시와 시각적 구성이 배달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되었고, **“비주얼이 기대 이하다”, “양이 줄었다”, “소스가 섞였다”**는 리뷰가 증가했다. 즉, 브랜드의 핵심 강점이 배달이라는 환경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메뉴 자체가 1인 소비에 적합하지 않았다. 소분화된 단품 구성 없이 대부분 2인 이상 기준으로 메뉴가 세팅되어 있었고, 이는 혼밥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구조였다. 그에 비해 경쟁 브랜드는 덮밥, 단품 스테이크, 소용량 파스타, 밀키트 등으로 빠르게 대응하면서 1인 소비층을 흡수해갔다. 서가앤쿡은 이 시장 흐름을 지나치게 늦게 따라갔고, 이미 주요 고객층은 다른 브랜드로 이탈한 후였다.
리브랜딩 실패와 메뉴 피로도 – 콘텐츠의 정체
브랜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각을 잃었다. 서가앤쿡의 BI, 메뉴판 디자인, 인테리어 등은 2010년대 초반의 감성이 그대로 유지되었고, 소비자에게 '낡은 브랜드'라는 인상을 주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는 브랜드를 단지 음식이 아닌 ‘경험’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서가앤쿡은 이런 감성적 접점을 꾸준히 리프레시하지 못했다.
메뉴 리뉴얼도 더뎠다. 주요 메뉴인 치킨 플레이트, 빠네 파스타, 감바스 등은 오랜 시간 동안 그대로 유지되었고, 트렌디한 신메뉴나 시즌 메뉴의 부재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렸다. 반면 경쟁 브랜드들은 로제, 마라, 흑임자, 트러플 등 트렌드 재료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는 방문 동기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서가앤쿡은 SNS·유튜브·틱톡 등 디지털 채널 대응이 미흡했다. 콘텐츠 중심 마케팅이 주요한 시대에서 브랜드는 거의 변화 없이 기존 감성만 반복했고, 이는 새로운 소비자와의 접점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예전엔 자주 갔지만, 지금은 굳이?”라는 인식이 쌓이면서 브랜드는 점차 잊혀졌다.
서가앤쿡이 남긴 교훈 – 외식 브랜드는 유행이 아닌 구조로 살아남는다
서가앤쿡은 한 시대의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해 성공한 브랜드였다. 그러나 외식 프랜차이즈는 유행을 선점하는 것보다, 유행이 바뀌었을 때도 견딜 수 있는 운영 구조와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가앤쿡은 소비자가 바뀌고, 소비 방식이 달라지는 시대 속에서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기존 성공 공식만 반복했다.
브랜드는 더 이상 '싸고 양 많은 음식점'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고객은 더 작고, 더 간편하며, 더 감각적인 브랜드를 원한다. 메뉴와 서비스, 매장 경험은 지속적으로 재설계돼야 하며, 외식 브랜드는 콘텐츠 기업처럼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서가앤쿡은 이 흐름을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브랜드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현재 일부 매장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신규 출점은 사실상 멈췄고, 점주 이탈과 브랜드 노후화는 지속되고 있다. 이 사례는 창업자와 브랜드 운영자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남긴다.
브랜드는 트렌드로 시작해도, 시스템과 변화 대응력으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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