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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프렌차이즈

쿠우쿠우 – 초밥 뷔페 프랜차이즈의 원가 압박과 회전율 문제

‘쿠우쿠우(KUUKUU)’는 국내 뷔페 외식 시장에서 드물게 초밥을 중심으로 한 콘셉트로 성장했던 프랜차이즈다. 단일 가격으로 다양한 초밥, 롤, 튀김, 샐러드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며,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와 대중적인 메뉴 구성으로 외식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했다. 특히 가족 단위, 회식 수요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확장했고, 전국 곳곳에 대형 매장을 운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쿠우쿠우의 몰락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식자재 원가 부담의 지속적인 상승, 회전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 악화, 소비자 피로도 증가가 겹치며 매출 부진과 점포 폐점이 잇따르게 된다. 이 글은 쿠우쿠우의 흥망을 통해 초밥 뷔페 구조의 비즈니스 한계와 외식 프랜차이즈가 감당해야 할 수익성 구조의 현실을 분석한다.

 

초밥과 뷔페의 결합 – 강력한 유입 요인이 되다

쿠우쿠우는 외식시장에서 흔치 않았던 ‘초밥 무제한 뷔페’라는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일반적으로 초밥은 고급 일식당에서 소량으로 즐기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쿠우쿠우는 이를 **뷔페 형태로 재구성해 대중적으로 소비 가능한 가격대(1인 15,000~20,000원)**에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매장 내에는 다양한 종류의 초밥, 롤, 튀김류, 샐러드, 디저트까지 한 번에 구성돼 있었고, 먹고 싶은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구조는 가족 단위, 단체 회식, 학생 모임 등 대규모 수요를 유인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특히 기존 뷔페보다 ‘초밥’이라는 콘셉트가 명확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브랜드는 빠르게 성장했다.

브랜드는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맹 확장을 이어갔고, 상권 내 대표 초밥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일시적인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다. 특히 주말 점심, 공휴일 저녁 등에는 대기 줄이 생기기도 했고, SNS에서는 ‘가성비 뷔페 맛집’이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가성비의 이면에는 수익성 악화의 그림자가 천천히 드리우고 있었다.

 

식자재 원가 구조의 위기 – 초밥은 싸게 팔 수 없는 메뉴다

초밥은 단순한 밥과 생선의 조합이지만, 원가 부담이 매우 큰 메뉴다. 특히 연어, 참치, 새우, 광어 등의 수산물은 국제 시세에 따라 가격이 유동적으로 변동되고, 신선도 유지와 폐기율 관리에도 높은 수준의 오퍼레이션이 요구된다. 쿠우쿠우는 1인 단가가 고정된 뷔페 모델을 고수하면서, 재료비가 올라갈 때마다 이를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였다.

코로나19 이후 물류비와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객이 늘어날수록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1인당 소비량이 많을 경우, 고객이 많아도 매출 대비 순이익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점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 구조는 특히 고객 회전율이 낮은 점포일수록 치명적이다.

또한 초밥은 하루 이상 보관이 어렵고, 한 번 준비한 식재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므로 식자재 낭비율이 높은 메뉴에 속한다. 쿠우쿠우는 이 문제를 감수하면서도 ‘무제한 제공’이라는 브랜드 포지션을 유지해야 했기에, 적절한 원가 절감 방안 없이 점점 수익률이 악화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게다가 원가 상승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고객의 심리적 저항이 강해져 ‘이 가격이면 차라리 일식당을 가겠다’는 반응이 늘어나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낮은 회전율과 소비자 이탈 – 뷔페형 외식의 지속성 한계

뷔페 구조의 가장 큰 약점은 테이블 회전율이 낮다는 점이다. 고객은 1회 입장으로 최소 1시간 이상 자리를 차지하며, 테이블 수에 제한이 있는 매장은 단체 고객으로 인해 회전이 더욱 지연된다. 쿠우쿠우는 좌석당 회전율이 낮아질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구조였고, 이는 평일 저녁과 비성수기엔 매장 운영 효율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렸다.

게다가 쿠우쿠우의 메뉴 구성은 고정되어 있거나 계절별 변동이 적었고, ‘가봤으니 다음엔 다른 곳’이라는 소비 흐름을 막지 못했다. 초밥이라는 메뉴 자체가 자주 먹기보단 기분 낼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반복 방문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차 신선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경쟁 초밥 뷔페 브랜드들이 고급화를 시도하거나 유튜브, SNS에서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쿠우쿠우는 점점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신메뉴 도입과 브랜딩 리뉴얼이 늦어진 점도 이탈을 가속화한 요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회전율은 낮고, 원가는 올라가며, 경쟁은 치열해지는 삼중고 속에서 가맹점은 매출 유지가 아닌 손익 방어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되었다.

 

쿠우쿠우가 남긴 교훈 – 가성비 브랜드는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른다

쿠우쿠우는 한때 ‘초밥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초밥이라는 고원가 메뉴와 무제한 제공이라는 구조적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시장에서 주춤하게 되었다.
외식 프랜차이즈가 저가형 뷔페 모델을 운영할 경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원가 안정성과 회전율 유지 방안이다.

또한 반복 소비 유도가 어려운 콘셉트일수록, 신메뉴 개발, 비주얼 브랜딩 강화, 감성적 리뉴얼 등이 필수적이다. 쿠우쿠우는 이런 대응이 늦어지면서 경쟁 브랜드에 뒤처졌고, 소비자의 선택에서 빠르게 제외되었다.

소비자는 가성비보다는 만족비(價)로 브랜드를 판단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가격이 아무리 싸더라도 반복 소비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쿠우쿠우는 초창기 유입에는 성공했지만, 반복을 설계하지 못했고, 결국 유지에 실패한 브랜드로 기억된다.

이 브랜드가 외식 업계에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기억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