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라닭(Puradak)’은 감각적인 브랜딩과 독특한 메뉴 콘셉트로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룬 브랜드다. 블랙 감성의 고급 포장, 트러플오일 치킨과 같은 퓨전 메뉴,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은 푸라닭이 프리미엄 치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푸라닭이 별도 라인으로 출시한 ‘푸라닭 익스프레스’는 가맹점 수 확대와 소형 매장 전략을 위한 간소화 모델이었다.
문제는 이 익스프레스 모델이 본래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상충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초래했고, 결국 소비자와 점주의 모두로부터 외면받으며 다수의 폐점을 낳게 된다. 이 글은 푸라닭 익스프레스가 왜 실패했는지, 메뉴 간소화가 어떻게 브랜드 희석으로 이어졌는지를 분석한다.
푸라닭의 프리미엄 이미지 – 성공의 출발점
푸라닭은 등장부터 기존 치킨 브랜드들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기존의 후라이드-양념 치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블랙알리오·트러플·콘소메·블랙치즈 등 다양한 테마의 치킨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치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또한 검정 박스 포장, 명료한 브랜드 컬러 전략,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SNS 콘텐츠는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들과 비교해 감성적 우위를 확실히 점했다. 이러한 브랜딩은 단순히 맛뿐 아니라, ‘경험으로 소비되는 치킨’을 만들었고, 소비자들은 푸라닭을 특별한 날 또는 선물용으로도 선택했다.
푸라닭은 가맹 확장을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했고, 이는 오히려 ‘희소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즉, 전국적으로는 적은 매장이지만, 특정 상권에서 ‘기억에 남는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식되며 재방문율이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콘셉트와 이미지가 바로 ‘푸라닭 익스프레스’에서 흔들리게 된다.
익스프레스 모델의 출범 – 브랜드 정체성의 혼선
푸라닭 익스프레스는 본사의 전략적 확장 라인업으로 도입되었다. 소형 매장을 통한 빠른 출점, 배달 중심 구조, 핵심 인기 메뉴만을 운영하는 간소화된 시스템을 통해 창업비용 부담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는 모델이었다. 겉보기에는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실제 도입 후 소비자와 점주는 모두 혼란을 겪었다. 푸라닭 익스프레스 매장은 본 매장과 달리 메뉴 수가 제한되어 있었고, 주요 인기 메뉴인 블랙알리오, 콘소메치킨, 트러플 윙 등 일부 품목이 빠지거나 단순화된 버전으로 제공됐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푸라닭인데 푸라닭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푸라닭의 핵심은 ‘감성’이었는데, 익스프레스 매장은 인테리어, 포장, 메뉴 경험 등에서 본 매장 대비 차이가 컸다. 즉, 동일 브랜드임에도 다른 브랜드처럼 인식되는 정체성의 분열이 생겼고,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 희석으로 이어졌다.
또한 본 매장과 가격이 유사한 경우조차 많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왜 동일한 가격에 덜 고급스러운 메뉴를 먹어야 하지?”라는 불만을 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익스프레스 매장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떨어졌다.
운영 효율성과 소비자 경험 사이의 괴리
익스프레스 모델은 본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었다. 조리 공정이 단순화되어 교육 시간과 주방 설비 비용이 낮아졌고, 점주 입장에서도 인건비나 오퍼레이션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장점은 ‘푸라닭’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푸라닭은 본래 조리 시간이 길더라도 섬세한 맛과 차별화된 재료로 ‘기다릴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인식돼 있었다. 그러나 익스프레스 모델에서는 공정이 짧고 메뉴가 단순화되면서, ‘누구나 만드는 치킨’처럼 보이는 리스크가 발생했다.
더불어 익스프레스 매장에서도 종종 본 매장의 가격 정책이 그대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차라리 몇 천 원 더 내고 본 매장에 간다”는 반응이 퍼지면서 익스프레스 점포의 배달 주문 건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점주 입장에서도 브랜드 가치 하락은 큰 리스크였다. 초기에는 본사의 ‘푸라닭’ 이름만 믿고 창업했지만, 실제 운영해 보니 브랜드 효과는 약했고, 소비자 클레임은 오히려 많았다. 수익성 또한 예상보다 낮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 하락이 곧 매출 하락으로 직결되었다.
푸라닭 익스프레스의 실패가 주는 교훈
푸라닭 익스프레스는 브랜드 확장을 위한 간편화 모델이 본래 브랜드를 희석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차별화 포인트가 분명한 경우, 이를 단순화하는 과정은 반드시 소비자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푸라닭의 핵심 가치는 고급화, 감성, 경험 기반의 브랜딩이었다. 그러나 익스프레스 모델은 이 모든 요소를 희생하고 운영 효율성만 추구했고, 결국 소비자와 점주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익스프레스 점포는 1~2년 내 폐점되었고, 신규 가맹 문의도 크게 줄어들었다.
브랜드를 줄이고 단순화하려면 정체성과 핵심 가치만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단순히 메뉴 수를 줄이고 조리 공정을 압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그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 이유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푸라닭 익스프레스는 본래 브랜드의 성공을 가볍게 취급한 결과,
“확장하려다 본체까지 흔들린”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실험 실패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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