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이치킨은 SNS에서 단기간에 입소문을 타며 유명세를 얻은 치킨 브랜드로, 감성적인 네이밍과 독특한 소스 맛, 차별화된 비주얼로 MZ세대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비주얼 맛집’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포장지, 매장 인테리어, 메뉴 구성까지 SNS 인증을 유도하는 요소들이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했고, 가맹 희망자들도 이 흐름에 따라 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비자의 반복 소비를 유도하지 못하는 메뉴 구조, 비주얼에만 의존한 마케팅, 그리고 운영 체계 미비에 따른 가맹점 수익성 악화가 겹치며 브랜드는 급격히 침체를 겪게 된다. 이 글에서는 달봉이치킨의 부침을 통해 SNS 유행에만 의존한 외식 브랜드가 가지는 구조적 한계를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유행은 빠르게 타지만, 구조는 느리게 만든다
달봉이치킨은 SNS를 철저히 활용해 브랜드의 첫인상을 설계했다. 달콤한 감성과 사랑스러운 브랜드명, 감각적인 일러스트, 여성 취향을 저격한 매장 구성까지 모든 요소가 ‘보여주는 맛’에 집중되어 있었다. 실제로 초창기 메뉴 중 ‘달봉간장치킨’은 마요네즈와 트러플향을 조합한 이색적인 맛으로 화제가 되었고, 치즈 가루, 크림소스 등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고객은 ‘특이하다’, ‘인스타 감성이다’라는 이유로 매장을 찾았고, 이러한 비주얼 기반 소비는 매장 매출을 단기간 상승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방식은 본질적으로 경험 중심의 일회성 소비 구조에 가깝다.
즉,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은 브랜드’이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찾는 브랜드’는 아니었던 것이다.
달봉이치킨은 이 초기 반응에 힘입어 전국 단위 가맹 확장에 나섰고, 단시간 내 수십 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속도를 브랜드가 감당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제품력 유지, 브랜드 일관성, 메뉴 품질 관리 등은 마케팅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실망도 함께 커지게 되었다.
반복 소비가 되지 않는 맛 – 메뉴 구조의 치명적 약점
초기 유입은 성공했지만, 재방문율은 낮았다. 대부분 소비자는 한두 번의 방문 이후에 “처음엔 특이했지만 물린다”, “소스가 너무 강하다”, “너무 달기만 하다”는 평가를 남겼고, 이는 곧 소비의 일회성화로 이어졌다. SNS에서 유행한 메뉴 대부분이 자극적인 소스 조합이나 비주얼 중심이었고, 소비자는 반복할 수 있는 맛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떠나는 구조였다.
치킨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국민 야식이자 주말 외식 아이템이다. 그렇기에 맛의 대중성과 지속성이 매우 중요한데, 달봉이치킨의 레시피는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 소스 위주의 조리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행에서 벗어나고, 자극적인 맛은 장기적으로 피로감을 유발했다. 더불어 **기본 메뉴 외에 확장 가능한 구성(사이드, 음료, 세트 메뉴 등)**이 부족했고, 이 역시 객단가 상승과 재구매 유도에 걸림돌이 되었다.
특히 타 치킨 브랜드는 베이크/후라이드/양념 등 선택지가 다양하지만, 달봉이치킨은 정해진 시그니처 몇 가지 메뉴에 의존하면서 선택의 폭이 제한되었고, 이는 반복 구매 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가맹 시스템과 매장 운영의 불균형
달봉이치킨은 감각적 브랜딩에 비해 운영 시스템은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였다. 가맹 매뉴얼이 간단하고 쉬운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조리 공정이 복잡하고 수작업 비중이 높았으며, 재료 관리와 조리 품질에서 편차가 컸다. 그 결과 매장마다 맛 차이가 발생했고,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았다.
또한 빠른 확장을 감당하지 못한 본사는 가맹 점주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다. 신메뉴 개발 속도는 느렸고, 기존 메뉴에 대한 고객 피드백 수렴도 부족했으며, 매출 부진 점포에 대한 구조 개선도 거의 없었다. 일부 점주는 자발적으로 메뉴 조정을 시도했지만, 이는 브랜드 통일성 붕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배달 플랫폼 의존도도 문제였다. 감성 중심의 비주얼 치킨은 배달 시 퀄리티 하락이 크며, 포장 시 소스 번짐·눅눅함 등으로 인해 배달 리뷰 평점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플랫폼 상위 노출에 불리하게 작용했고, 신규 유입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결국 수많은 가맹점이 초기 기대치보다 낮은 수익성과 운영 부담에 직면했고, 자연스럽게 폐점이 이어졌다. 브랜드는 확산보다 유지에 실패했고, 다시 유행을 이끌만한 자생력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달봉이치킨 사례의 교훈 – 유행을 넘어서는 브랜드 구조가 필요하다
달봉이치킨의 실패는 단순히 메뉴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구조 자체의 불균형과 전략의 단기성에서 비롯되었다.
브랜드는 유행을 타고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브랜드는, 그 유행이 꺾인 이후에도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적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감성적인 이름, 트렌디한 디자인, 소셜 마케팅은 모두 강력한 유입 장치다. 하지만 이 요소들은 재방문과 반복 소비를 설계하지 못한다면 일회성 소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달봉이치킨은 반복 소비를 유도할 신뢰도와 품질을 확보하지 못했고, 메뉴 구조의 유연성과 운영 효율성에서도 취약함을 드러냈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결국 한 번의 경험보다 매주 한 번씩 찾게 만드는 동기가 중요하다. 유행은 만들 수 있지만, 유지할 수 없는 유행은 오히려 브랜드를 갉아먹는다.
달봉이치킨은 분명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그러나 그 출발 이후의 설계가 부족했기에, 결국 시장에서 잊힌 브랜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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