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큐(ServQ)’는 간편식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던 밀프렙(Meal Prep) 유행을 반영해 등장한 도시락 프랜차이즈 브랜드였다. 밀프렙은 미리 준비된 건강식 도시락을 일정 기간 반복 섭취하는 식단 관리 방식으로, 다이어트, 헬스, 웰빙 유행을 반영한 소비자층에게 주목을 받았다. 서브큐는 이 틈새를 노려 고단백·저탄수화물 도시락, 열량 정량화된 메뉴, 정기배송·구독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며 빠르게 외식 시장에 자리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소비자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매장 수는 줄어들었으며, 결국 밀프렙 시장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서브큐의 한계로 드러나게 된다. 이 글은 서브큐가 실패한 구조를 통해, 밀프렙 기반 프랜차이즈가 현실에서 얼마나 어려운지를 분석한다.
‘건강식 정기 도시락’의 기대 – 트렌드에 올라탄 성공적 출발
서브큐는 밀프렙이라는 새로운 식문화에 주목했다. 헬스 유튜버, 피트니스 트레이너, 다이어터들이 SNS에서 공유하던 도시락 식단은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몸 관리 방법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시장은 건강 간편식을 찾는 수요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에 서브큐는 ‘맛있는 밀프렙’을 외식 브랜드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메뉴 구성은 닭가슴살, 브로콜리, 고구마, 잡곡밥 등 전형적인 다이어트 구성에 달걀, 두부, 불고기, 연어 등 변형된 재료를 도입해 식단관리 중에도 맛과 영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했다. 여기에 열량과 영양소 표기를 제품마다 제공하고, 특정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맞춘 ‘4주 플랜’, ‘주 5일 밀프렙’ 등 정기 구독형 패키지를 운영해 헬스장 이용자, 직장인, 1인 가구에 호감을 샀다.
실제로 초기에는 오프라인 매장 +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는 구조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소형 매장을 중심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배달 앱 리뷰 평점도 높았고, SNS에선 ‘건강하게 한 끼’, ‘밀프렙 전문 도시락’이라는 키워드로 소비자 후기가 꾸준히 생성되었다.
그러나 밀프렙은 본질에서 ‘반복 소비’가 전제되는데, 서브큐는 이 반복 구조에서 예상치 못한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
반복 소비의 피로감 – 맛과 선택권 부족에서 오는 이탈
밀프렙의 기본은 ‘같은 식단을 일정 기간 반복해서 먹는 구조’다. 건강을 위해 규칙적으로 식사하지만, 이는 소비자에게 높은 인내심과 식단 충성도를 요구한다. 서브큐는 이 반복성을 상품화했지만, 맛과 메뉴 다양성에서 충분한 차별화를 주지 못했다.
메뉴는 대부분 닭가슴살, 브로콜리, 고구마, 단백질 밥, 간장 소스류로 구성됐고, 소비자는 3~5일만 지나도 “다 똑같은 맛”이라는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브랜드는 “식단관리란 본래 반복적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외식 프랜차이즈라면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즐거움과 변화도 제공해야 한다.
서브큐는 여기에 대한 대응이 느렸다. 신메뉴 도입 속도는 느렸고, 소스나 조리 방식도 기본적인 수준에 그쳤으며, 음식재료 품질 편차 탓에 일부 매장은 “닭이 퍽퍽하다”, “브로콜리가 물컹거린다”는 불만이 반복되었다. 이는 정기 배송 고객뿐 아니라, 매장 구매 고객의 만족도를 함께 떨어뜨렸고, 재구매율 감소로 이어졌다.
결국, 소비자는 서브큐를 일시적으로는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구조와 운영 전략의 괴리 – 점주도 본사도 힘들어진다
서브큐는 정기배송, 가맹점 운영, 배달, 오프라인 테이크아웃 등 멀티채널 전략을 추구했지만, 오히려 이 구조가 브랜드 전체의 집중도를 흐리게 했다. 점포당 매출 구조가 불안정했고, 무엇보다 아침·점심 매출에 편중되어 저녁 시간대 수요가 거의 없었다.
가맹점주의 운영 부담도 컸다. 도시락 구성은 단순해 보이지만, 소량 다품목 조리를 요구했고, 보관 조건이 까다로워 재고 손실과 폐기율이 높은 품목이 많았다. 특히 닭가슴살, 브로콜리, 고구마 등은 날씨나 유통 상황에 따라 품질 편차가 심했고, 이는 소비자 만족도 저하로 이어졌다.
또한 본사의 운영 매뉴얼이 체계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건강식이라는 특성상 조리 가이드와 품질 기준이 엄격해야 했지만, 가맹점마다 메뉴 맛이 달랐고, ‘어디서든 같은 품질을 기대할 수 없는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결국, 일부 가맹점은 일반 도시락 메뉴로 변경하거나 샐러드·샌드위치로 구성품을 바꾸는 시도를 했고, 이는 브랜드 일관성 훼손으로 이어졌다. 서브큐는 본래의 콘셉트를 유지하지 못한 채, 메뉴 포지셔닝과 소비자 충성도 모두 잃게 되었다.
서브큐 사례의 교훈 – 기능적 만족만으로는 브랜드가 유지되지 않는다
서브큐는 시대 흐름을 정확히 포착한 브랜드였다. 건강 간편식, 밀프렙, 1인 가구, 반복 구매 시스템 등은 모두 유효한 전략 요소였다. 그러나 브랜드는 기능성에만 치중했지, 소비자 경험 설계와 감성적 요소를 외면했다.
건강한 도시락을 반복해서 먹는 사람도, 결국은 맛, 질감, 시각적 만족, 가성비 등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고 이탈한다. 서브큐는 이 ‘반복 가능한 재미’와 ‘기대되는 변화’를 제공하지 못했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건강함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즐거움이 동반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금세 지친다.
또한 프랜차이즈 구조상, 소규모 식단 브랜드를 매뉴얼화하고 동일 품질로 확장하려면 철저한 식자재 관리와 가공 센터 기반의 중앙 주방 시스템(CPC)이 필수다. 서브큐는 이 부분에서도 체계화에 실패했고, 결국 점주 이탈로 이어졌다.
서브큐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시장 트렌드는 기회이지만, 구조가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다.
둘째, 기능적 강점은 브랜드의 시작일 뿐, 지속은 감성적 설계에서 나온다.
셋째, 반복 소비를 전제로 하는 브랜드일수록, ‘반복할 수 있는 이유’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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