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 한솥두부 – 두부 전문 프랜차이즈가 사라진 배경

write3621 2025. 6. 26. 12:58

한솥두부는 국내 최초의 ‘두부 중심 식사 브랜드’라는 희소한 콘셉트로 출범하며 주목받았다. 두부를 단순한 반찬이 아닌 ‘한 끼 식사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건강식, 전통 식재료, 한식의 재해석이라는 키워드로 홍보되었고, 초기에는 채식 수요와 중장년층의 긍정적인 반응 속에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브랜드는 단기간의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빠르게 소비자에게서 멀어지며 대다수 매장이 폐업했다.

 

한솥두부가 사라진 배경

 

한솥두부의 실패는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실수, 즉 ‘좋은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운영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몰락의 배경과 프랜차이즈 생존 전략의 핵심을 분석해보자.

 

두부를 주제로 한 유니크한 브랜드, 시장에 새로운 시도

한솥두부는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현대적 한식’을 표방하며 등장한 외식 브랜드였다. 일반적인 외식 프랜차이즈가 삼겹살, 치킨, 패스트푸드, 분식 등 대중성 강한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 브랜드는 건강한 식단과 정적인 한식 분위기에 집중했다. 대표 메뉴는 순두부 정식, 생두부 덮밥, 두부 스테이크, 구운 두부 한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매장 인테리어도 전통 한옥 스타일을 모티브로 차분하게 꾸며졌다.

초기 반응은 괜찮았다. 건강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던 시기였고, 특히 30~50대 여성 고객층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했다. 유기농, 저염, 저지방, 고단백이라는 키워드는 마케팅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고, 이는 체중 관리, 혈당 조절 등 건강에 관심이 높은 고객층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약 30여 개의 매장이 생겨났고, 가맹 문의도 활발했다. 초반에는 ‘차별화된 건강 외식 브랜드’로 호평받았지만, 이 콘셉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고객 유입 이후 재방문율을 이끌 전략이 부재했고, 그에 따른 매출 정체가 시작되었다.

 

두부의 한계 – 낮은 만족도, 반복 구매를 이끌지 못함

한솥두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재방문율의 저조’였다. 두부는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식품이지만, 외식 고객이 지속적으로 소비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재료였다. 대부분 고객은 처음에는 “신기해서”,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방문했지만, 맛의 다양성이나 식감 만족도 측면에서는 충분히 인상적이지 못했다. 순두부나 생두부는 조리 방식이 제한적이고,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2030 세대에게는 밋밋하고 심심한 음식으로 느껴졌다.

가격 문제도 있었다. 정식 메뉴는 9,000~12,000원대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일부 고객은 ‘두부 한 접시에 만 원은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같은 금액으로 고기 반찬이 포함된 백반, 분식, 덮밥 등을 먹을 수 있는 외식 시장에서, 한솥두부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을 심었다. 이런 인식은 고객 이탈을 부추겼고, 단골층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또한 메뉴 구성이 단조로웠고, 시즌별 신메뉴 도입이나 식사 형태의 유연한 확장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매장을 여러 번 찾을 이유가 사라졌고, 결국 고객은 타 외식 브랜드로 이동했다. 특히 혼밥 문화가 활성화된 이후에는 한 상차림 위주의 구성 자체가 간편함을 선호하는 소비자 니즈와 어긋났고, 결과적으로 방문 회전율이 낮아졌다.

 

트렌드에 둔감했던 대응력 – 배달시장, 디지털 마케팅 부재

한솥두부는 외식 시장의 거대한 변화, 특히 ‘배달 중심 구조’로의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 브랜드들은 배달, 포장, 픽업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하고 있었지만, 한솥두부는 조리 특성상 배달에 적합하지 않았다. 순두부와 생두부는 열과 충격에 약하고, 수분이 많아 배달 중 변형이 일어났으며, 배달용 포장 용기도 별도로 개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브랜드는 SNS나 디지털 마케팅 활용 측면에서도 약점을 보였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고, ‘두부’라는 재료 자체가 콘텐츠화하기엔 시각적 자극이 약했다. 2030 세대는 맛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음식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데, 이 점에서 한솥두부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본사 역시 브랜드 고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이나 배달앱 프로모션 참여를 최소화했는데, 이 전략은 오히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들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매장 내 감성은 유지됐지만, 외부 채널을 통한 고객 유입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매출 하락은 불가피했다. 일부 가맹점은 스스로 메뉴를 바꾸거나 일반 한식 브랜드로 간판을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아이템보다 중요한 건 구조 – 한솥두부가 남긴 교훈

한솥두부는 ‘기발한 콘셉트’와 ‘사회적 트렌드’가 일치했을 때 단기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외식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콘셉트 이상으로, 운영 구조의 효율성과 유연한 전략이 병행되어야만 지속 가능하다. 두부는 좋은 식재료지만, 반복 소비를 유도하기 어려운 재료였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식문화 제안이 동반되지 않으면 브랜드는 생존하기 어렵다.

또한 외식 창업자는 단순히 ‘좋은 콘셉트’보다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회전율, 원가, 고객 반복 방문율, 배달 적합성, 마케팅 대응력 등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외식 브랜드는 유지된다. 한솥두부는 한때 신선했고 건강했다. 그러나 그 건강함을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팔 수 있는 전략이 부재했다.

결국 이 브랜드는 빠르게 떠오르고 빠르게 사라지는 프랜차이즈의 전형이 되었고, 예비 창업자들에게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구조를 설계하라”는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