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 후앙베이커리 – 고급 유럽풍 제과점의 몰락 과정

write3621 2025. 6. 26. 12:46

 

후앙베이커리는 “파리 감성”과 “프리미엄 수제 디저트”를 내세우며 등장했던 고급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다. 초기에는 감각적인 인테리어, 고급 재료 사용, SNS 중심의 감성 마케팅으로 젊은 층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수 매장이 문을 닫았고, 브랜드 존재감도 빠르게 희미해졌다.

후앙베이커리의 몰락 과정

본사는 빠른 확장을 시도했지만, 그 안에는 수익 구조의 불안정과 트렌드 대응 부족, 반복 구매 유도 실패라는 치명적 결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후앙베이커리의 몰락은 단순한 유행의 끝이 아니라, 프리미엄 외식 프랜차이즈가 흔히 저지르는 전략적 오류의 집약체였다.

 

‘파리 감성’을 앞세운 고급 베이커리의 부상

후앙베이커리는 프랑스 제과 문화에 기반한 콘셉트로, 기존 동네 빵집과 명확히 구분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매장은 유럽 소도시의 골목 카페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꾸며졌고, 전통적인 크루아상, 브리오슈, 갈레트 같은 디저트를 주요 상품으로 구성했다. 단가도 높았다. 크루아상 하나에 4,800원, 소형 타르트가 6,000원이 넘는 등 전통 제과 전문점 이상의 가격 전략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고객은 ‘가성비’보다는 ‘경험’과 ‘분위기’에 반응했고, 인스타그램 인증 문화와 맞물려 후앙은 하나의 감성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20~30대 여성층은 후앙에서 제공하는 시각적 만족감과 공간의 감성에 매료되었고, 본사는 이 흐름에 맞춰 마케팅 방향을 철저히 SNS에 집중했다. 이 전략은 일시적으로 성공했으며, 가맹점 수는 불과 2년 사이에 100개 가까이 늘었다.

 

운영의 함정 – 원가, 고정비, 인건비 삼중고

하지만 겉으로는 고급스러워 보였던 브랜드 내부는 수익성이 극도로 낮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선, 후앙이 내세운 고급 디저트 대부분은 수입 원재료에 의존하고 있었다. 프랑스산 고메 버터, 고급 밀가루, 수제 잼 등은 일반 제과점에 비해 원가 부담이 훨씬 컸고, 평균 원가율이 45~50%에 달했다.

게다가 후앙은 ‘공간 감성’을 핵심으로 삼았기 때문에, 상권 입지 조건도 까다로웠다. 번화가 1층이나 코너 상권을 고집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임대료로 이어졌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주방 설비를 갖추기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았다. 더불어 매장에서 직접 굽는 구조를 고수하면서 제빵 경험이 있는 인력 고용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대부분의 가맹점은 고정비 부담과 낮은 수익률 사이에서 심각한 운영 압박을 겪었다.

본사 역시 원재료 공급을 통해 수익을 남기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 이로 인해 가맹점은 매출이 늘어나도 실제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에 놓이게 되었다. 이 불균형은 가맹점주들의 불만으로 이어졌고, 개점 1년 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반복 구매 실패와 콘텐츠 경쟁력 부족

후앙베이커리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제품으로 초기 고객 유입에는 성공했지만, 반복 구매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고객이 자주 방문하고 싶은 이유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빵 한 개당 5천 원이 넘는 가격은 일상적인 간식으로는 부담이 컸고, 그에 비해 맛이나 메뉴 구성은 가격 대비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고급 베이커리는 한 번쯤 가볼 만한 ‘체험형 소비 공간’이었지, 단골 소비자층을 만들기엔 무리한 콘셉트였다.

메뉴도 한정적이었다. 프랑스 전통 제과라는 정체성은 좋았지만, 국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지 못했고, 시즌 한정 메뉴나 식사 대용 제품군이 부족했다. 경쟁 프랜차이즈가 샌드위치, 토스트, 브런치 메뉴 등을 통해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쓰는 반면, 후앙은 고정된 고급 디저트 몇 가지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후앙은 포장·배달에 최적화된 제품 구성이 아니었고, 시스템 역시 늦게 대응했다. 이 모든 요소는 브랜드 충성도 저하로 이어졌고, 고객은 한 번 경험한 후 재방문하지 않는 구조로 고착화되었다.

 

브랜드만으로는 부족하다 – 후앙이 남긴 경고

후앙베이커리의 몰락은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너무 자주 반복되는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취약한” 브랜드의 전형을 보여준다. 감성, 분위기, 고급 이미지가 소비자를 유혹할 수는 있지만, 그 감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브랜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후앙은 고급화 전략을 선택했지만, 그에 걸맞은 고객 경험 개선, 운영 효율화, 수익 구조 설계에는 실패했다.

가맹사업에서도 본사는 브랜드 확장에만 집중했고, 가맹점주의 현실적인 수익률 개선에는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본사와 가맹점 간의 신뢰는 무너졌고, 계약 해지와 폐점 사례가 빠르게 늘었다. 결국 후앙은 브랜드를 유지할 명분도, 운영을 지속할 실익도 없어진 상태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SNS나 포털 검색에서도 언급 빈도가 매우 낮아졌으며,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어졌다.

이 사례는 예비 창업자와 프랜차이즈 기획자 모두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긴다. 브랜드가 아름답다고 해서 사업이 아름답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브랜드 뒤에 있는 구조와 수익성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