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 버거헌터 – 수제버거 브랜드의 실패 원인 분석

write3621 2025. 6. 27. 13:23

버거헌터는 수제버거 열풍이 불던 시기에 등장해 ‘한국형 프리미엄 버거’를 지향했던 브랜드다. 신선한 재료, 육즙 가득한 패티, 감각적인 매장 분위기를 앞세워 중소도시와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한때 수제버거 프랜차이즈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가맹점의 폐점이 속출했고, 지금은 대중에게조차 잊힌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버거헌터의 실패 원인 분석

 

버거헌터의 몰락은 단지 외식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못한 전략적 실수와 수익성 부재, 시장 대응력 부족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부터 그 몰락 과정을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수제버거 열풍을 타고 빠르게 확장한 버거헌터

버거헌터는 미국식 수제버거 트렌드가 한국 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2015년경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에 지친 소비자들이 '진짜 고기 맛'을 원하는 시점에서, 버거헌터는 두툼한 패티와 직접 구운 번, 수제로 만든 소스 등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가격대는 7,000원에서 11,000원대로 형성되었고, 감자튀김, 음료까지 포함된 세트 구성으로 ‘가성비 있는 수제버거’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반영해 젊은 층에게 어필했으며, 버거 하나하나가 ‘핸드메이드’라는 점을 강조해 프랜차이즈 같지 않은 ‘개성’을 부여하려 했다. 이러한 전략은 서울 중심보다는 외곽 상권, 지방 도심, 대학가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처음에는 입소문과 SNS 홍보를 통해 ‘가성비 수제버거 맛집’으로 알려졌고, 비교적 낮은 창업 비용도 매력적으로 작용해 가맹 문의가 급증했다. 본사는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 전국 100호점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고속 성장세를 보였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빠른 확장은 곧 내부 시스템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브랜드는 자신이 세운 포지션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운영 수익성 부재 – 프리미엄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

버거헌터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원인은 낮은 수익성과 높은 운영 난이도였다. 수제버거는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신선한 재료가 많이 들어가며, 주방에서의 작업 동선이 일반 햄버거보다 훨씬 길다. 특히 번, 패티, 야채를 별도로 관리하고, 조리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회전율이 낮았고, 점심·저녁 피크 시간 외에는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재료 준비 시간이 길고, 식재료 폐기율도 높았으며, 그에 비해 마진은 낮았다. 특히 수입 소고기 가격이 급등한 시기에는 원가율이 40%를 넘기기도 했고, 이는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일부 점주는 메뉴 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본사는 ‘가성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제한했고, 결과적으로 점포 수익이 점점 줄어들었다.

또한, 주방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것도 문제였다.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조리의 단순화가 어려웠고, 매뉴얼화된 교육이 미흡했기 때문에, 주방 직원의 숙련도에 따라 제품 품질이 크게 차이 났다. 이로 인해 소비자 경험이 일정하지 않았고, SNS 후기나 리뷰에서 ‘매장마다 맛이 다르다’, ‘주문하고 20분 넘게 기다렸다’는 불만이 증가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브랜드 정체성 약화와 트렌드 대응 실패

버거헌터의 또 다른 문제는 브랜드 정체성의 모호함이었다. 처음에는 ‘가성비 수제버거’를 내세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 브랜드들도 유사한 전략을 취했고,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브랜드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하면서 시장이 더 치열해졌다. 소비자는 “왜 꼭 버거헌터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가격과 맛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찾지 못한 채 다른 브랜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메뉴 개발과 리뉴얼 주기가 매우 느렸다. 신메뉴가 나와도 기존 메뉴와 차이가 크지 않았고, MZ세대를 겨냥한 한정 메뉴나 SNS 마케팅도 부실했다. 반면, 경쟁 브랜드들은 시즌 한정 버거, 콜라보 메뉴, 자체 브랜드 굿즈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접점을 유지하며 충성도를 높였다.

브랜드 비주얼 또한 개선되지 않았고, 포장재, 로고, 메뉴판 등 전반적인 디자인은 트렌드에서 점차 뒤처지게 되었다. 감성 소비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에게는 브랜드 경험 전체가 식음료 선택의 기준이 되는데, 버거헌터는 단순히 '버거의 맛'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는 치열한 수제버거 시장 속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버거헌터의 몰락이 남긴 교훈 – 콘셉트보다 중요한 운영 전략

버거헌터는 좋은 시기에 등장했고, 분명 의미 있는 시도를 한 브랜드였다. 그러나 외식 프랜차이즈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콘셉트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반복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구조, 가맹점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원가와 마진의 균형,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버거헌터는 그 중 많은 요소를 놓쳤다. 제품 자체는 괜찮았지만 운영의 효율성이 낮았고, 본사는 빠른 확장에만 집중하며 가맹점 관리와 콘텐츠 개발을 소홀히 했다. 브랜드 이미지, 품질 일관성, 트렌드 반영, 배달·포장 대응 등 여러 요소에서 전략적 준비가 부족했으며, 이는 고객의 이탈과 가맹점의 탈퇴로 이어졌다.

지금 버거헌터는 과거의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매장이 폐업했다. 외식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창업자라면 이 브랜드의 실패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외식 창업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