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파스타(Rolling Pasta)’는 저가형 캐주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포지션으로, 프랜차이즈 외식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브랜드다. 평균 7,000원대 파스타와 리조또, 샐러드를 중심으로 한 구성은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한 끼를 원하는 고객층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했다. 이 브랜드는 놀부, 본도시락 등 다수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본아이에프가 전개한 만큼 빠른 시스템화와 출점 속도를 무기로 전국 단위로 가맹을 확장했다.
그러나 과도한 출점 경쟁, 메뉴 품질 유지 실패, 포화된 저가 파스타 시장 내 브랜드 차별화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 탓에 매출 정체와 브랜드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었고, 많은 점포가 순차적으로 폐점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롤링파스타가 어떻게 성장했으며, 왜 그 성장의 속도만큼 빠르게 하락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7,000원 파스타’라는 가성비 전략 – 초기 반응의 성공
롤링파스타는 본아이에프가 운영하던 기존 브랜드들의 노하우를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브랜드 구조를 잡고 상업 지역, 주거지 상권에 동시에 진입했다. 당시 파스타는 외식 시장에서 ‘중가 이상’의 메뉴로 분류되던 상황이었고, 1인 식사로는 부담스러웠다. 롤링파스타는 파스타 한 접시에 6,900원~7,900원 수준이라는 가격 정책으로, 브런치 카페보다는 저렴하고, 푸드코트보다는 감성적인 매장을 구현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메뉴 구성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알리오올리오, 로제파스타, 까르보나라, 토마토 파스타 등을 중심으로 단순화되었으며, 리조또, 샐러드, 피자까지 세트 구성으로 확장할 수 있게 설계해 1인 고객과 커플, 가족 단위 고객까지 수용 가능한 유연한 구조를 완성했다. 인테리어 또한 고급스럽기보다는 따뜻한 우드톤과 미니멀한 벽돌 소재로 ‘혼밥’이 가능한 캐주얼함을 유지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초기엔 가맹점의 점포당 매출도 준수했고, 배달 앱을 통한 판매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특히 소형 매장 기준 월 2,500만~3,000만 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창업 비용 대비 횟수 기간이 짧은 브랜드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확장은 브랜드 정체성과 품질 유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불러오게 된다.
빠른 확장이 불러온 품질 저하 – 소비자 신뢰 붕괴
롤링파스타는 단기간에 전국 200개 가까운 매장을 출점하며, 가맹 위주 성장 전략을 강하게 추진했다. 문제는 그 확장 속도에 맞춰 조리 품질, 서비스 매뉴얼, 식자재 공급망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같은 브랜드임에도 매장마다 파스타의 소스 농도, 면 삶기 정도, 플레이팅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다.
소비자 리뷰를 통해 드러난 불만 중 가장 많았던 것은 “맛이 들쭉날쭉하다.”, “소스가 묽다.”, “재료가 적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즉각적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특히 첫 방문 고객의 실망은 재방문율 감소로 이어졌다. 소비자 관점에서 저렴한 가격은 장점이지만, 품질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쉽게 외면받게 된다.
또한 배달 운영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파스타는 본질적으로 배달과 궁합이 맞지 않는 메뉴다. 시간이 지나면 면이 퍼지고, 소스가 굳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조리 품질 관리가 어려운 가맹점일수록 더 큰 고객 불만으로 나타났다. 배달 리뷰 점수가 3점 이하로 떨어진 매장이 다수 발생하면서, 플랫폼 내 노출도 감소했고, 이는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이 ‘낮은 품질’이라는 단점으로 연결되면서, 소비자 인식은 급속도로 나빠지게 된다.
포화된 저가 파스타 시장 – 차별화 없는 브랜드의 한계
롤링파스타의 가장 큰 위협은 외부 경쟁 브랜드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부 경쟁, 즉 동일한 콘셉트의 파스타 프랜차이즈들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가 되었고, 롤링파스타는 이 안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대표적인 경쟁 브랜드로는 ‘홍석천 파스타’, ‘파스타포유’, ‘파파파스타’ 등이 있으며, 이들은 비슷한 가격대, 유사한 메뉴 구성, 감성 인테리어를 갖췄지만, 차별화 포인트로는 셰프 레시피 강조,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 비건 파스타 메뉴 구성 등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반면 롤링파스타는 초기 메뉴 그대로 정체되어 있었고, 신메뉴 개발이나 콘셉트 리뉴얼이 부족했다.
게다가 SNS 콘텐츠와 브랜딩 전략도 약했다. 최근 외식 브랜드는 시각적인 콘텐츠가 소비자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롤링파스타는 메뉴 사진, 영상 콘텐츠, 소비자 리뷰 관리 등에서 소극적인 홍보 전략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이 브랜드는 알고는 있지만 특별한 이유로 선택하진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브랜드 충성도는 약해졌다.
결국 브랜드는 ‘아무 특징이 없는 저가 파스타 가게’로 인식되며 경쟁에서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롤링파스타 사례의 교훈 – 가격은 기억되지만, 품질은 선택을 만든다
롤링파스타의 사례는 ‘저가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생존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만으로 브랜드를 반복 소비하지 않는다. 가격은 선택의 계기가 될 수 있어도, 재구매는 품질과 경험이 결정한다.
또한 외식 브랜드의 확장은 속도가 아닌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 점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한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을 얼마나 동일하게 복제할 수 있는가가 브랜드 신뢰도를 좌우한다. 롤링파스타는 여기에 실패했고, 확장 이후 무너진 브랜드 일관성은 소비자 이탈로 직결되었다.
예비 외식 창업자나 브랜드 운영자는 이 사례에서 다음을 배워야 한다:
- 빠른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가 중요
- 가격 전략보다 차별화된 콘텐츠와 품질 유지가 핵심
-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요소는 결국 감동이 아닌 신뢰
롤링파스타는 한때의 트렌드였지만, 그 트렌드를 지킬 ‘설계’가 부족했기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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