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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프렌차이즈

피그인더가든 – 프리미엄 샐러드 브랜드의 확장 한계

‘피그인더가든(Pig in the Garden)’은 프리미엄 샐러드 레스토랑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선도 브랜드였다. 웰빙과 건강, 채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던 시점에, 대기업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선보인 이 브랜드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신선한 샐러드 구성으로 빠르게 MZ세대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초창기 반응은 뜨거웠고, 도심 오피스 상권 중심으로 고급 샐러드 외식이라는 신시장 개척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피그인더가든의 확장과 한계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피그인더가든은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높은 가격대, 메뉴 피로도, 수요층 협소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이 글에서는 피그인더가든의 사례를 통해, 프리미엄 카테고리 브랜드가 마주하는 현실적 한계를 분석해본다.

 

‘건강한 한 끼’라는 감성 – 초기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2017년 론칭한 피그인더가든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추구하는 소비층, 특히 도심 직장인 여성 고객층을 타깃으로 샐러드를 주식화한 브랜드였다. 단순한 사이드 메뉴로 여겨지던 샐러드를, 닭가슴살·계란·고구마·올리브·퀴노아 등 고단백·저탄수화물 재료와 함께 제공하며 하나의 ‘식사’로 구성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매장 내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그린톤으로 구성됐으며, 스테인리스 식기와 트렌디한 플레이팅은 SNS 인증 사진을 부르는 요소였다. 이와 함께 ‘건강·환경·맛’을 강조한 브랜드 슬로건은 당시 건강을 추구하는 MZ세대 소비 성향과 맞물리며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했다.

CJ푸드빌의 식자재 및 물류 역량을 기반으로, 재료 신선도와 품질은 평균 이상을 유지했다. 또한 간편한 세트 메뉴 구성과 주문·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은 패스트캐주얼 다이닝 모델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

초기에는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 오피스 중심가에서 높은 점심 회전율을 기록했고, ‘나를 위한 건강한 한 끼’라는 콘셉트에 소비자가 열광하며 브랜드는 확장 기반을 다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수요가 한정적이라는 점과, 이 수요를 반복시키기 위한 구조가 미흡했다는 데서 시작된다.

 

가격과 메뉴의 한계 – 반복 소비를 막은 구조적 문제

피그인더가든의 가장 큰 약점은 가격대에 대한 저항이었다. 대부분의 샐러드 메뉴는 1만 3,000원에서 1만 6,000원 사이였고, 여기에 스프, 음료, 디저트를 추가하면 1인당 2만 원 가까운 지출이 발생했다. 이는 분명 ‘프리미엄 식사’ 가격이었고, 평일 점심 식사로 반복하기엔 부담이 컸다.

초기엔 ‘신기한 경험’으로 소비되던 메뉴가,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 소비에는 피로감을 주기 시작했다. 샐러드 구성 자체가 간단하며 유사 메뉴가 많아 차별성이 약해졌고, 드레싱이나 토핑 조합의 다양성도 빠르게 소진되었다. ‘매일 먹기엔 비싸고, 자주 먹기엔 재미없는 메뉴’라는 평가가 반복되었다.

또한 배달 확장 과정에서도 한계가 명확했다. 샐러드 특성상 보온·보냉 유지가 어렵고, 드레싱과 야채의 분리가 번거로운 구조 때문에 배달 후 만족도가 낮았다. 이는 ‘현장 경험’을 전제로 설계된 브랜드 구조가, 외부 채널로는 적응력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었다.

결국 가격과 구성이 소비자 만족도보다 앞서버린 구조는 브랜드에 대한 피로감을 키웠고, 새로운 유입보다 기존 고객의 이탈이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확장 속도는 급감하게 되었다.

 

건강 트렌드의 변화와 경쟁 심화 – 고립된 포지셔닝

초창기 피그인더가든은 건강식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비자의 건강식 개념도 확장되고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로우 푸드, 비건, 키토, 저탄고지, 단백질 보충식 등 새로운 식단 개념이 대중화되며, 샐러드는 더 이상 ‘유일한 건강식’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더불어 샐러드 전문 브랜드가 시장에 다수 등장했다. 샐러디(Salady), 프레시코드, 리코타하우스 등은 저가 샐러드, 1인 배달형 샐러드, 디저트형 샐러드 등 다양한 콘셉트로 시장을 분할했다. 피그인더가든은 이 중간에서 고급 이미지와 가격 사이에서 딱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해졌고, 웰빙 트렌드도 “건강과 맛의 균형”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피그인더가든의 샐러드는 고급스럽지만 맛의 임팩트는 약했고, 포만감 대비 만족도가 떨어졌으며, 결국 경험 중심 브랜드로 고립되었다.

이처럼 트렌드는 계속 진화했지만, 피그인더가든은 초기 콘셉트에 머무른 채 정체되었고, 외부 자극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브랜드의 생명력이 빠르게 감소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확장은 ‘일상화’ 전략이 필요하다

피그인더가든의 실패는 단지 샐러드가 유행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다. 핵심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반복 소비를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점이다. 소비자가 한두 번 방문하고 끝나는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가격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구독형 시스템, 메뉴 다양화, 충성 고객 유도 구조가 설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피그인더가든은 트렌디한 외관과 메시지에 치중했고, 소비자 일상에 깊게 들어가는 전략이 부족했다.

또한 외식 브랜드 확장에서는 매장 경험 외에도 배달, HMR, 오프라인 팝업 등 다양한 채널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피그인더가든은 CJ푸드빌이라는 대형 자원을 가지고도 이를 유기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고립된 매장 전략에 머물렀다.

결국 피그인더가든은 “샐러드가 주식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시장이 ‘아니오’라고 답했을 때, 이를 극복할 대안과 설득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 브랜드는 살아있었지만, 소비자의 선택은 이미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