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프레소 – 생존하지 못한 2.5세대 카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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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프렌차이즈

토프레소 – 생존하지 못한 2.5세대 카페 브랜드

‘토프레소(TO PRESO)’는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흔치 않은 콘셉트의 브랜드였다. 1세대 ‘테이크아웃형 저가 브랜드’와 2세대 ‘고급형 외국계 카페’ 사이에서, 토프레소는 중간 가격대와 감성적 인테리어, 로컬 지향성을 결합한 ‘2.5세대 카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창업 초기엔 아기자기한 매장 디자인과 다양한 음료 라인업으로 소도시와 동네 상권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창업 비용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비 점주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생존하지 못한 토프레소

그러나 시장이 빠르게 양극화되며 저가 브랜드는 더 저렴하게, 프리미엄 브랜드는 더 감각적으로 변화하는 사이에서 토프레소는 정체성을 잃고 흔들리게 된다. 결국 중간 포지셔닝 전략은 실패로 이어졌고, 수많은 매장이 폐점하면서 브랜드는 서서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글은 토프레소의 실패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시장 내 위치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석하는 콘텐츠다.

 

틈새 시장 공략 – 중간 가격대와 감성 콘셉트의 조합

토프레소는 등장 초기,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이 명확하게 양분화된 시점에서 차별화된 입지 전략을 들고 나왔다. 고급 커피 브랜드는 높은 창업 비용과 임대료 부담이 있었고, 저가 테이크아웃형 카페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 사이에서 토프레소는 ‘중간 가격대의 여유 있는 매장’을 표방했다.

매장 콘셉트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로컬 상권에 적합한 규모와 인테리어 구성으로 부담을 낮췄다. 메뉴도 아메리카노 2,500, 라떼 4,000원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디저트와 에이드, 계절 메뉴 구성까지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소도시·신도시·주거지 상권에서 빠르게 반응을 얻었다. 대형 커피 브랜드가 진입하지 않은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감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는 점이 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초기엔 300여 개 이상의 가맹점이 운영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 안정성은 외부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였고, 브랜드의 본질이 위협받는 순간부터 하락세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장의 양극화와 소비자 기대의 변화 – 브랜드는 낀 존재가 됐다

2018년 이후 커피 시장은 더욱 선명하게 ‘고급화’와 ‘초저가화’로 양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더벤티·컴포즈커피·메가MGC커피 같은 저가 브랜드는 대용량 커피와 1,500원대 아메리카노로 공격적인 확장을 시작했고, 스타벅스·블루보틀·폴 바셋 등 고급 브랜드는 콘셉트 카페 수준의 인테리어와 메뉴 차별화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갔다.

반면 토프레소는 이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고, 메뉴나 브랜드력은 고급 브랜드에 비해 약했다. 특히 커피 맛이나 메뉴 품질, 베이커리 라인업에서 뛰어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단지 ‘무난한 카페’라는 평가에 머물렀다.

게다가 소비자의 카페 이용 목적도 빠르게 변화했다. 1인 테이블, 전기 콘센트, 와이파이, 콘텐츠 마케팅, 굿즈 전략 등 ‘경험’ 중심의 고도화된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흐름에서 토프레소는 대응이 늦었다. 결국 “굳이 여길 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브랜드는 존재했지만, 정체성은 희미해졌고, 시장 내 위치는 애매해졌다. 더 이상 소비자에게 특별함을 주지 못하는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점주 부담과 본사의 전략 부재 – 시스템 내실 없이 외형만 확대

토프레소는 빠르게 확장된 브랜드였지만, 본사의 내실 있는 운영 전략이 부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메뉴 개발 속도는 느렸고, 계절 한정 메뉴나 콜라보 콘텐츠도 경쟁 브랜드 대비 약했다. 광고나 마케팅 활동도 거의 없었으며, 소비자 기억에 남을 만한 차별화된 전략은 부족했다.

또한 매장 간 품질 관리 시스템이 약했고, 원두 공급이나 음료 교육, 매뉴얼 등의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고객 경험의 편차가 컸다. 이는 곧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고,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구조로 변질되었다.

가맹점주의 불만도 커졌다. 본사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신규 경쟁 브랜드들이 인근에 오픈하면서 매출 하락과 가맹비 회수 실패 문제가 누적되었다. 일부 점주는 자발적으로 메뉴를 변경하거나, 간판만 바꾸고 자체 운영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토프레소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가맹 문의도 끊기고 신규 출점도 중단되었다. 이 시점부터 브랜드는 사실상 ‘생존’이 아닌 ‘정리’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토프레소의 실패가 주는 교훈 – 정체성 없는 중간 전략은 오래 가지 못한다

토프레소는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간 포지셔닝 전략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시장의 틈을 공략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의 정체성이 선명하지 않으면 어느 쪽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저가 커피는 더 저렴해지고, 프리미엄 커피는 더 고급스러워질 때, ‘무난한 카페’는 결국 사라진다. 소비자는 갈수록 뚜렷한 취향을 가진다. 이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무엇이 다른가, 어떤 경험을 주는가에 대한 대답이 없는 브랜드는 버티기 어렵다.

토프레소는 인테리어도 괜찮았고, 메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괜찮다’는 말은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의 외식 시장은 극도로 경쟁적이며, 브랜드는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없으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다.

이 사례는 예비 창업자와 브랜드 운영자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당신의 브랜드는, 굳이 찾아갈 이유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