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비빔밥 배달전문 – 분산된 정체성이 초래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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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프렌차이즈

본죽&비빔밥 배달전문 – 분산된 정체성이 초래한 문제

‘본죽’은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죽이라는 카테고리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첫 번째 브랜드로, ‘건강한 한 끼’라는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본죽은 아플 때, 부담 없는 식사가 필요할 때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간편하지만 정성 있는 음식’이라는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본사는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본죽&비빔밥’이라는 복합 브랜드를 출범시키고, 배달 전문 매장까지 확대하며 다품목 중심의 운영 방식을 시도했다.

본죽&비빔밥 배달의 정체성 혼란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죽 전문점’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잃고, 혼란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점주는 복잡한 운영 구조에 피로를 느끼며, 수익성까지 무너지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 이 사례는 외식 브랜드가 확장을 고려할 때, 기존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유지하고 설계할 것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고다.

 

‘죽’이라는 포지셔닝의 힘 – 명확했던 소비자 인식

본죽이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죽’은 외식으로서의 가능성이 거의 없던 메뉴였다. 하지만 본죽은 이를 정식 외식 메뉴로 브랜딩하면서, 단순한 죽집이 아니라,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재료의 다양화, 죽의 고급화, 정갈한 포장과 매장 인테리어는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본죽을 찾는 소비자는 명확했다. 병원 퇴원 직후, 입맛이 없을 때, 가벼운 아침 식사가 필요할 때 등, ‘죽’이라는 메뉴가 필요한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떠올랐다. 이런 명확한 소비자 경험은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고, 본죽은 죽 프랜차이즈 시장의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정체성이 유지된 건 단일 카테고리 안에서의 선택지를 정교하게 넓혀갔기 때문이다.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본죽에서 어떤 경험을 기대해야 하는지는 늘 분명했다.
바로 이런 명확한 인식이 있었기에, 브랜드가 수년 동안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확장 – 정체성을 흐리는 전략적 실수

문제는 본사가 본죽 브랜드를 활용해 더 넓은 외식 시장을 공략하려 하면서 발생했다. ‘본죽&비빔밥’이라는 통합 브랜드는 배달 전용 매장 확대를 통해 점심·저녁 메인 식사 수요까지 흡수하고자 했다. 메뉴에는 비빔밥, 탕류, 반찬세트, 국밥류까지 추가됐고, 죽은 전체 메뉴 중 하나에 불과해졌다.

이런 변화는 소비자에게 큰 혼란을 주었다. ‘본죽’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 죽 외에도 여러 메뉴가 노출되며 ‘전문성’이 사라졌고, ‘죽을 먹으려고 본죽을 찾았는데 메뉴판이 복잡해졌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게다가 배달앱에서는 “본죽&비빔밥”이라는 브랜드명만으로 이곳이 ‘죽을 잘하는 곳인지’, ‘한식 반찬 전문점인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브랜드 명과 제공 메뉴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서, 본죽이 갖고 있던 신뢰 기반은 급격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단일 정체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브랜드가 중복 카테고리를 포괄할 때는, 소비자 인식 재설계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데, 본죽은 메뉴만 늘리고 브랜드 구조는 그대로 가져간 채 소비자의 혼란을 방치했다. 결국 브랜드 확장은 곧 본질 훼손으로 이어졌다.

 

점주의 피로도와 수익성 악화 – 내부 구조는 이미 한계였다

소비자 혼란만 문제가 아니었다. 확장된 메뉴는 운영 효율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기존의 본죽은 비교적 단순한 조리 방식과 적은 식자재로 매장 운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비빔밥, 국, 찌개, 반찬 등 조리 방식이 전혀 다른 메뉴가 추가되면서 주방 동선은 꼬이고, 식자재 재고는 늘어나며, 조리 시간도 길어졌다.

이 구조는 배달 전문 매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배달은 빠른 조리와 정확한 포장이 핵심인데, 메뉴가 복잡해지자 조리 지연과 품질 저하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는 리뷰 평점 하락으로 이어졌다.

점주들은 “죽 장사 하려고 들어왔는데, 지금은 조리학원 수준이다”, “죽은 잘 나가지만 나머지 메뉴는 번거롭고 마진도 없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본죽은 주력 메뉴가 아닌 사이드 메뉴에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에 빠졌고, 점주 입장에선 메뉴 수만 많아졌을 뿐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배달앱 수수료·할인 프로모션·리뷰 마케팅까지 병행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수익보다 운영 스트레스가 커지는 브랜드로 변질되었다.

 

본죽 사례의 교훈 – 브랜드 확장은 ‘의미의 확장’일 때만 유효하다

본죽&비빔밥 배달전문은, 외식 브랜드가 기존 정체성을 지키지 않은 채 무리한 확장을 시도했을 때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단순히 메뉴 수를 늘린다고 해서 소비자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주는 기대치가 분산되고, 선택의 이유가 사라지면 소비자는 다른 대체 브랜드로 눈을 돌린다.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가’를 소비자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본죽은 그동안 ‘죽’이라는 단일 품목 안에서 성공적인 브랜딩을 해왔다. 그렇기에 확장을 고려했다면, 기존 브랜드와 새로운 브랜드를 분리하거나, 최소한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도록 소비자 메시지를 재정립했어야 했다.

본죽&비빔밥은 좋은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전문성 없는 브랜드, 혼란스러운 경험, 복잡한 운영이라는 세 가지 문제만 남겼다. 현재도 일부 매장은 이 모델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다시 단일 메뉴 중심으로 회귀하거나, 아예 다른 외식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다.

이 사례는 외식업 종사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브랜드는 넓히는 것이 아니라, 깊게 파는 것이다. 의미 없는 확장은 결국 모든 것을 잃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