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점 배달매장 – 본질을 잃은 브랜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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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프렌차이즈

홍콩반점 배달매장 – 본질을 잃은 브랜드 확장

‘홍콩반점0410’은 백종원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중식 프랜차이즈다. 짬뽕, 짜장면, 탕수육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대표 중식 메뉴를 대중적인 가격과 빠른 회전으로 제공하며 오프라인 외식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깔끔한 매장, 정형화된 메뉴 구성, 점포 운영의 효율성까지 모두 갖춘 브랜드로 평가받았으며, 쇼핑몰, 대학가, 역세권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배달 전환이 외식 업계 전반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홍콩반점도 ‘배달 특화 매장’ 확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홍콩반점 배달매장의 브랜드 확장 실패

기존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브랜드 정체성을 스스로 흔드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고,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혼란을 남기며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이 사례는 외식 브랜드가 채널 확장 전에 ‘브랜드 본질이 어디 있는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홍콩반점의 강점은 공간성과 즉시성에 있었다

홍콩반점의 성공은 단순히 중식이라는 메뉴 카테고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매장 내에서 느낄 수 있는 빠르고 뜨겁고 풍성한 식사 경험이 브랜드의 본질이었다. 특히 매장에 앉아 주문 후 5분 이내에 나오는 짬뽕과 탕수육, 시원한 국물, 철판에서 즉석으로 튀겨내는 요리들은 ‘즉시성’과 ‘현장감’을 결합한 브랜드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가격 또한 주요 요소였다. 대부분의 메뉴가 7,000~9,000원 사이로 구성되어 있었고, 가성비 좋은 한 끼로서 인식되며 1인 식사와 단체 식사 모두 소화 가능한 구조였다. 점심 회전율이 높은 오피스 상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복합상권에서 최적화된 모델이었다.

게다가 홍콩반점은 복잡한 중식 조리 과정을 표준화된 공정과 소스 시스템으로 단순화해 가맹점 운영 효율성을 높였고, 상대적으로 전문 인력 없이도 매장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돼 ‘중식의 프랜차이즈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강점은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방문했을 때 발휘되는 경험에 기반한 것이었다. 배달 채널로의 전환은 이 경험의 대부분을 날려버리는 시도였다.

 

배달매장 확장의 현실 – 구조는 바뀌었지만 경험은 사라졌다

2020년 이후, 외식 업계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맞았고, 대부분의 브랜드가 ‘배달 전환’을 생존 전략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홍콩반점도 예외는 아니었고, 배달 전용 매장(딜리버리 스토어)을 오픈하면서 기존 외식 중심 운영 모델에서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홍콩반점의 메뉴는 배달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었다. 뜨거운 국물 요리, 바삭해야 하는 탕수육, 재빨리 먹어야 맛이 유지되는 볶음밥 등은 배달 중 식감 저하, 온도 손실, 조리 품질 불균형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고, 고객의 불만이 늘어났다.

포장 용기 또한 기존에 설계된 브랜드 감성과는 전혀 달랐다. 매장에서 먹을 땐 철판에 담겨 나오는 요리가, 배달에선 흔한 투명 플라스틱 용기 안에서 눅눅해진 상태로 도착했고, 고객은 브랜드의 본질적인 경험과 단절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배달은 리뷰와 평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인데, “불어서 맛없다”, “양이 줄었다”, “고무같은 탕수육” 같은 후기들이 누적되면서 배달 평점은 하락했고, 이는 곧 신규 고객 유입 저하로 이어졌다.

 

운영 효율 악화와 브랜드 가치 하락의 악순환

배달 중심 매장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전혀 다른 운영 전략을 필요로 한다. 주방 동선, 인력 배치, 조리 시간 분배, 배달 플랫폼 대응 등 복잡한 관리가 요구되는데, 홍콩반점은 오프라인 기준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운영 효율성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은 오프라인보다 단가가 높지만, 배달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포장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은 낮아졌다. 특히, 홍콩반점 메뉴는 다품종 구조이기 때문에 단일 메뉴 집중 판매가 어렵고, 이는 곧 식자재 낭비와 폐기율 증가로 이어졌다.

게다가 배달 특화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이 동일한 브랜드명을 사용하면서 메뉴 구성이나 서비스가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어떤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먹던 메뉴를 배달 주문했지만 구성이나 맛이 달라 실망했고, 반대로 배달로 접한 고객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동일한 브랜드 아래 다른 경험이 공존하게 되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배달도, 오프라인도 소비자의 확신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홍콩반점이 남긴 교훈 – 채널 확장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이다

홍콩반점 배달매장 사례는 외식 브랜드가 새로운 유통 채널을 도입할 때, 단순히 판매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닌,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홍콩반점은 브랜드의 강점이 명확했던 만큼, 그것을 유지한 상태에서 배달 채널에 맞는 메뉴 개발, 포장 시스템, 배달 특화 전용 브랜드 런칭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했지만, 기존 구조를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패착이었다.

결국 소비자는 홍콩반점의 배달 메뉴를 통해 브랜드의 본질을 느낄 수 없었고, 이는 신뢰 저하와 이탈로 이어졌다. 일부 배달 전용 매장은 폐점되거나 운영 방식을 전환했으며, 본사는 이후 배달을 ‘보조 수단’으로 다시 재정의하고, 오프라인 경험 강화 전략으로 회귀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 사례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종사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브랜드는 메뉴가 아니라, 경험이다. 그 경험을 어떻게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모든 채널 전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