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치킨버거 – 브랜드 혼란이 초래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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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프렌차이즈

BHC 치킨버거 – 브랜드 혼란이 초래한 실패

‘비에이치씨(BHC)’는 한국 치킨 시장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뿌링클, 맛초킹 등 히트메뉴를 통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쌓아왔다. 본사는 이 성공을 바탕으로 ‘BHC 치킨버거’라는 신규 브랜드를 통해 버거 시장에 진출했으며, 치킨 전문 브랜드의 노하우를 활용해 경쟁이 치열한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자 했다.

BHC 치킨버거의 실패

그러나 해당 시도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빠르게 주목도에서 멀어졌고, 일부 매장은 구조 조정 및 폐점 수순을 밟으며 브랜드 확장 전략에 실패한 대표 사례로 남았다. 이 사례는 기존 브랜드의 강점을 잘못 확장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브랜드 포지셔닝 붕괴’와 소비자 혼란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잘 보여준다.

 

치킨 강자의 버거 진출 –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BHC가 치킨버거 브랜드를 출시한 것은 단순한 메뉴 확장이 아닌, 시장 다각화와 MZ세대 고객군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당시 국내 버거 시장은 맘스터치, 노브랜드버거, 롯데리아 등 토종 브랜드 외에도 버거킹,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경쟁하던 상태였으며, 버거 제품군의 고급화·다양화가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었다.

BHC는 **“우리는 치킨을 가장 잘 아는 브랜드다”**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존 치킨의 튀김 기술과 소스 레시피를 버거 메뉴에 접목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뿌링클버거, 맛초킹버거 등 치킨 메뉴와 연계된 버거를 출시하며 참신한 시도를 이어갔다.

매장 인테리어도 기존 BHC 치킨점과 차별화된 패스트 캐주얼 스타일을 추구했고, 단일 매장당 소형화 전략으로 점포당 효율성도 고려한 구조였다. 초기엔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젊은 세대 중심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으며, “치킨도 잘하고, 버거도 잘할 것 같다”는 기대를 끌어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치킨과 버거는 유사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였고, 이 차이를 간과한 결과는 곧 드러나기 시작했다.

 

브랜드 포지셔닝 혼란 – 소비자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BHC는 이미 ‘치킨 전문 브랜드’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별도 브랜드가 아닌 ‘BHC 치킨버거’라는 이름으로 출범하면서, 소비자들은 이 버거 매장이 BHC 치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혼란을 느꼈다. 매장에선 치킨을 팔지 않고, 기존 BHC 치킨 가맹점과도 운영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는 “BHC 가맹점에서 버거를 먹을 수 있냐”고 오해했고, 어떤 고객은 “버거 전문점이 왜 BHC 이름을 쓰는가”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즉, 브랜드 확장은 됐지만, 브랜드 메시지는 분산되었고, 이로 인해 BHC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희석되기 시작했다.

또한 치킨버거의 맛과 구성 역시 소비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기존 BHC 치킨이 갖고 있던 강력한 중독성 있는 맛, 바삭한 튀김, 시그니처 소스는 버거 제품에서는 기대만큼 구현되지 않았고, 일부 소비자는 “BHC 치킨은 맛있지만, 버거는 애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브랜드 이름이 갖고 있던 기대치가 오히려 실망감의 기준이 되었고, 이는 매장 평점, 리뷰, 재방문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운영 시스템의 부조화 – 가맹 전략과 효율성의 실패

BHC 치킨버거는 치킨 전문 브랜드의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버거 매장은 운영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 햄버거는 조립식 공정이지만, 고기 패티, 소스, 채소 등 다양한 원재료를 균일하게 유지하려면 철저한 표준화 시스템이 필수다.

그러나 초기 BHC 치킨버거 매장은 매장 간 품질 편차가 컸고, 같은 메뉴임에도 크기, 조리 시간, 소스 양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이는 곧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졌고, 브랜드 일관성이 흔들렸다.

더불어 BHC 치킨 가맹점과는 완전히 별도 계약으로 운영되다 보니, 기존 BHC 점주들 사이에선 “치킨은 안 팔면서 브랜드 이름을 공유하는 건 부당하다”는 반감도 존재했고, 이는 본사와의 신뢰 관계에도 균열을 일으켰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수익성이다. 버거는 평균 단가가 낮고 경쟁이 심한 시장이다. 치킨버거 메뉴는 단가 대비 재료 원가가 높고, 조리도 복잡했다. 결국 매출이 나와도 순이익이 적거나 손실을 보는 매장이 늘어나며, 가맹점주의 운영 포기가 이어졌고 폐점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비에이치씨 치킨버거가 남긴 교훈 – 브랜드 확장은 정체성을 더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BHC 치킨버거는 외식 브랜드가 성공한 카테고리를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어떤 혼란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브랜드는 단순히 이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과 철학, 소비자 기대에 대한 책임까지 공유해야 한다.

BHC라는 이름은 치킨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었지만, 버거 시장에서는 그 무게만큼의 기대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브랜드 전체의 신뢰에 금이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BHC 치킨버거는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리뉴얼되거나, 폐점 수순을 밟으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본사도 이후 별도의 신규 외식 브랜드보다는 기존 치킨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회귀했다.

이 사례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브랜드 확장은 ‘새로움’이 아니라, ‘기존의 강점을 어떻게 더 넓게 전달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