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앤쿡(Katsu&Cook)’은 일본식 돈카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퓨전 메뉴를 접목한 일식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로, 출범 초기엔 “돈카츠의 새로운 진화”라는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정통 일식의 형식을 벗어나, 돈카츠에 파스타·함박·스프 등을 결합한 메뉴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쇼핑몰·복합상권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늘려갔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과 달리 내부 구조는 허술했고, 메뉴 정체성 혼란, 운영 효율 악화, 소비자 충성도 부족 등의 문제로 브랜드는 빠르게 하락세를 탔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매장이 철수된 상태다. 카츠앤쿡의 실패는 단순한 수요 하락이 아니라, 콘셉트 중심 브랜드가 얼마나 섬세한 설계와 일관된 경험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돈카츠의 재해석 – 퓨전 콘셉트로 빠르게 확산된 초창기
카츠앤쿡은 기존의 전통 일본식 돈카츠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메뉴를 단순히 ‘돈카츠’로 국한하지 않았다. 트러플크림카츠, 함박스테이크카츠, 나폴리탄파스타카츠 등 다양한 퓨전 메뉴를 구성했고, 여기에 크림스프, 유자 드레싱 샐러드, 블루베리소스 등 서양식 요소를 더해 독특한 식사 경험을 제공했다.
매장 분위기 역시 정통 일식집과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조명은 밝고 감성적인 톤을 유지했으며, 우드 인테리어와 캐주얼한 오픈 키친 스타일은 “일본식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까운 경험을 의도했다. 이로 인해 쇼핑몰, 백화점, 키즈존 상권 등 가족과 젊은 연령층 유동이 많은 입지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돈카츠’라는 대중적인 메뉴에 새로운 감성을 부여한 시도는 초기에 충분한 신선함을 제공했고, 경쟁 브랜드인 사보텐, 가츠라 등 정통 일식 브랜드 대비 차별적인 콘셉트로 소비자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러한 초기 전략은 분명 효과적이었고, 다수의 예비 창업자도 트렌디한 느낌에 이끌려 가맹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퓨전 콘셉트는 시간이 지나며 곧 단점으로 돌아서게 된다.
정체성 혼란 – 브랜드 철학 없는 확장은 피로로 이어졌다
카츠앤쿡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브랜드는 돈카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퓨전 요소를 얹었지만, 이 조합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소비자는 메뉴를 접할수록 “무엇을 중심으로 하는 식당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이는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파스타와 카츠의 결합은 처음엔 새로웠지만, 그 조합이 특별한 시너지 없이 단순히 메뉴를 늘리기 위한 구성처럼 느껴졌고, 소비자는 “파스타는 파스타 전문점에서, 돈카츠는 일식집에서 먹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또한 메뉴 구성이 너무 다양하고 집중도가 없었던 점도 문제였다. 퓨전 콘셉트를 강조한 나머지 브랜드의 중심이 흔들렸고, 시즌별로 메뉴가 자주 바뀌거나, 매장마다 구성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표준화된 운영이 부실했다.
결국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돈카츠도 파스타도 애매한 중간 브랜드’였고, 이는 반복 방문을 막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운영 비효율과 수익 구조 문제 – 메뉴 다양화가 독이 되다
카츠앤쿡은 메뉴 다양성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그로 인한 운영 부담과 수익 악화 문제를 간과했다.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기 위해선 복잡한 식자재 관리, 인력 다중 역할 수행, 조리 시간 증가가 불가피했고, 이는 곧 회전율 저하로 이어졌다.
본사 차원에서도 메뉴별 표준 조리법이나 효율적 운영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았고, 매장 간 품질 편차도 커지며 고객 불만이 증가했다. 특히, 비주얼 중심의 메뉴가 실제 제공 시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사진과 다르다”는 평가가 SNS에 자주 언급되는 부정적 바이럴로 연결되었다.
또한, 재료 다양화는 재고 부담을 키웠고, 일부 식자재는 폐기율이 높아 수익성 악화를 가속시켰다. 메뉴당 원가율이 높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중가에서 고가 사이로 책정되어 소비자에게는 “비싸다”는 인식을 남겼고, 가맹점주는 “남는 게 없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익성, 운영 효율, 품질 유지라는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이는 가맹점 폐점률 상승과 신규 창업 감소로 이어지며 브랜드 붕괴의 시작이 되었다.
카츠앤쿡이 남긴 교훈 – 퓨전은 콘셉트가 아니라 경험으로 증명돼야 한다
카츠앤쿡의 출발은 분명히 감각적이고 전략적이었다. 트렌디한 외형과 독특한 메뉴 조합으로 초기 반응을 얻었지만, 브랜드는 그 감각을 구조화된 시스템과 고객 경험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퓨전이라는 단어는 새롭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소비자가 무엇을 경험하고 기억해야 하는지를 설계하지 않으면, 브랜드는 쉽게 잊혀진다.
또한, 외식 브랜드는 콘셉트가 많을수록 ‘이유’가 선명해야 한다. 메뉴 수를 늘리는 것이 전략이 아니라, 고객의 식사 선택을 돕는 방향으로 명확한 구성이 존재해야 한다. 카츠앤쿡은 ‘돈카츠도 하고, 파스타도 하고, 이것도 하고’ 하는 방식으로 확장만 하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현재 카츠앤쿡은 대부분 매장이 폐점되었고, 일부는 타 브랜드로 리뉴얼되었거나 완전히 철수한 상태다. 이 사례는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새로움’이라는 감각이 얼마나 빨리 소진되는지, 그리고 그 감각을 브랜드 철학과 시스템으로 연결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에게 외면받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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