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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프렌차이즈

커피브라운 – 브랜드 개성이 없는 카페의 몰락

‘커피브라운’은 2010년대 중반 저가 커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등장한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다.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할리스처럼 고가 프랜차이즈와 달리, 부담 없는 가격에 기본이 충실한 커피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수도권 오피스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늘려갔다. 메뉴 구성은 심플했고, 인테리어는 무난했으며, 창업비용도 저렴한 편이었다.

 

커피브라운의 몰락


하지만 커피브라운은 몇 년 사이에 존재감을 거의 잃었고, 현재는 대부분의 매장이 폐업하거나 간판을 바꾼 상태다. 그 이유는 단순한 시장 포화가 아니었다. 브랜드의 개성이 없고, 차별화 요소가 부재한 상태에서 운영 효율도 낮았던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였다.

 

가성비 커피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한 초기 전략

2010년대 중반,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은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고 있었다. 하나는 스타벅스, 폴바셋, 투썸플레이스처럼 프리미엄 공간 중심의 카페 브랜드, 다른 하나는 이디야, 컴포즈커피, 더벤티처럼 저가형 테이크아웃 중심의 가성비 커피 브랜드였다. 커피브라운은 후자의 시장에서 출발해 1,500원~2,500원대의 가격, 기본에 충실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구성으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

당시에는 저가 커피 브랜드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브라운은 “스타벅스는 부담스럽고 이디야는 심심한데, 그 중간 어딘가”라는 모호한 지점에 자리 잡으면서 단기간에 매장을 늘려갔다.

매장 인테리어는 브라운 계열 우드톤 중심의 클래식한 스타일이었고, 브랜드명 역시 중립적이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이름이었다.

이러한 ‘튀지 않음’이 오히려 초기에는 경쟁력을 발휘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무난한 커피숍이라는 인식은 도심 속 실속 소비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했고, 본사도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창업 비용과 수익률을 강조하며 가맹 확대에 집중했다.

 

브랜드 개성 부재 – 아무 브랜드도 아닌 브랜드가 되다

문제는 브랜드의 성장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자, 소비자와 점주 모두에게서 ‘차별화된 이유’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커피브라운은 이디야, 더벤티, 컴포즈 같은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도 상품 구성, 가격, 메뉴 수, 매장 콘셉트 면에서 특이점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브랜드명 자체도 ‘커피’와 ‘브라운’이라는 너무 일반적인 단어 조합으로 기억에 남지 않았고, 로고와 디자인 역시 차별성이 부족해 고객에게는 “지난주에 갔던 그 카페가 커피브라운이었나?” 수준의 인식만 남겼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한 메뉴에서도 정체성이 부족했다. 단골을 만들 수 있는 시그니처 음료, SNS 공유를 유도하는 비주얼 메뉴, 계절 한정 제품 등 감성적 요소와 트렌디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했고, 소비자 경험은 평이한 수준에 그쳤다.

결국 커피브라운은 커피를 파는 장소로서는 기능했지만, 선택받는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확보하지 못한 채 경쟁 브랜드의 그림자 속에 묻혀버렸다.

 

운영 효율의 문제 – 본사의 미흡한 지원과 확장 전략 실패

커피브라운은 빠른 시기 내에 가맹을 확장했지만, 그에 비해 운영 매뉴얼, 본사 공급망, 인력 교육 시스템 등 브랜드 관리의 기본 체계가 미비했다.

일부 매장은 지역에 따라 인테리어나 운영 품질, 위생 상태 등이 크게 차이났고, 이는 브랜드 일관성을 해치며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경쟁 브랜드들은 배달 연계, 포인트 적립, 앱 주문, 모바일 멤버십 등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커피브라운은 이런 구조적 개선에 느렸고, 결과적으로 MZ세대와의 접점을 빠르게 잃었다.

더 큰 문제는 점포당 수익성이었다. 저가 커피 구조는 회전율과 원가율 관리가 핵심인데, 커피브라운은 동선 설계나 운영 효율 면에서 이디야나 컴포즈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테이크아웃이 아닌 매장 중심 구조를 유지했음에도 브랜드 충성도나 체류 시간에 대한 유도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점주 입장에서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구조적 불만이 누적되었다.

이로 인해 폐점률이 빠르게 높아졌고, 본사도 수익 압박 속에서 신규 출점을 줄이거나 기존 점포를 타 브랜드로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운영을 변경하게 된다.

 

커피브라운이 남긴 교훈 – 브랜드는 ‘이유’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커피브라운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구조를 빠르게 만들었지만, 브랜드 자체의 매력과 차별화된 이유를 끝내 보여주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는 단지 커피의 품질이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설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소비자는 단지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한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 감성, 기억, 서비스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동해야 비로소 선택된다. 커피브라운은 ‘무난함’이라는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브랜드 존재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없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커피브라운은 대부분의 가맹점이 다른 카페 브랜드로 전환되었고, 본사 역시 브랜드 운영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이 사례는 외식 프랜차이즈, 특히 카페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분명한 경고를 준다.
브랜드는 기능이 아니라 이유로 선택받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개성과 전략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