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운밥상’은 한식의 건강함과 프리미엄 뷔페의 콘셉트를 결합하여 2020년대 초반 주목을 받은 외식 브랜드였다. 화려한 양식 뷔페와 차별화되는 ‘한식 중심의 정갈한 뷔페’라는 기획은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고객에게 강하게 어필했으며, 쇼핑몰과 고급 상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확장해갔다. 된장국, 잡채, 장조림, 제철 나물, 불고기, 밥, 국, 반찬 등 익숙한 식단을 고급스럽게 구성한 ‘프리미엄 가정식 뷔페’는 당시 새로운 외식 트렌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금의 로운밥상은 시장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장 수는 급감했고, 브랜드 존재감도 사라졌다. 이는 단순한 유행의 종료가 아닌, 운영 구조 불안정, 정체된 콘텐츠, 소비자 기대 대비 낮은 경험 완성도라는 구조적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한식의 프리미엄화 – 출발은 참신하고 기대감 높았다
로운밥상은 ‘한식은 가정식에 머물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정갈하면서도 건강한 밥상을 뷔페로 제공한다는 포지셔닝을 내세웠다. 1인당 15,000~19,000원의 가격으로 제공되는 구성은 호텔급 뷔페보다는 저렴하면서도, 백반집보다는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택했다.
메뉴는 한식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양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불고기, 오징어볶음, 나물 무침, 김치류, 장국, 제철 반찬, 고등어구이, 전류 등이 일정 주기로 교체되었고, 일부 매장에서는 디저트류와 커피도 제공되었다. 매장은 밝고 모던한 분위기를 갖췄고, ‘정갈한 현대 한식’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백화점, 복합쇼핑몰, 중소형 오피스몰 등에서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40~60대 소비자층에게는 한 끼 식사로서의 신뢰감과 건강한 느낌을 줄 수 있었고, ‘아이와 함께 먹기 좋은 한식 뷔페’라는 입소문도 형성되었다. 로운밥상은 이러한 장점을 발판 삼아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직영·가맹 형태로 매장을 늘려갔다. 그러나 문제는, 이 콘셉트를 운영 가능한 구조로 안착시키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수익률 불균형 – 뷔페의 본질을 간과한 운영 모델
로운밥상의 가장 큰 약점은 뷔페라는 구조적 특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한식 백반집과는 달리, 수십 가지 반찬을 매일 준비해야 하는 뷔페 구조는 인건비, 식자재, 폐기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운밥상은 메뉴를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운영의 비효율성과 낭비로 이어졌다. 점심 피크타임에는 손님이 몰려 음식이 금방 소진되었고, 저녁에는 손님이 적어 많은 음식이 폐기되었다. 식자재 납품 시스템도 중앙 집중형이 아닌 각 매장 자율 운영 방식에 가까워 품질 편차와 원가 관리 문제가 지속되었다.
게다가 점심과 저녁 모두 회전율이 높은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하루에 필요한 손님 수 대비 고정비용이 높았고, 수익률이 일정 이상을 넘기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로 인해 일부 매장은 매출은 나오지만 순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상태로 운영되었고, 가맹점주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게 되었다.
콘텐츠 정체와 소비자 피로 – 반복 방문을 유도하지 못한 뷔페
로운밥상이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평범한 가정식을 호텔 뷔페처럼 정리해 놓았다는 ‘구성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그 콘텐츠는 시간이 흐르며 빠르게 식상해졌다. 반찬 구성은 매장마다 다소 달랐지만, 대체로 비슷한 재료와 맛으로 구성되었고, 특정 시점 이후엔 메뉴 교체나 특화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콘텐츠 정체는 특히 반복 방문을 막는 요인이 되었다. 뷔페는 본질적으로 ‘다양성’과 ‘변화’를 제공해야 재방문 이유를 만들 수 있는데, 로운밥상은 매번 비슷한 반찬 구성과 맛으로 인해 “한두 번 가면 질린다”는 반응이 많아졌다.
또한 SNS나 블로그 콘텐츠화가 어려운 구성도 문제였다. 눈에 띄는 비주얼 메뉴가 없고,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콘셉트가 없다 보니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경쟁 브랜드들이 SNS 인증 유도용 메뉴(예: 대왕 돈가스, 트러플 김밥, 흑임자 파스타 등)를 활용하는 동안, 로운밥상은 감성적 콘텐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결국 기존 고객이 쉽게 이탈하고, 새로운 고객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며, 매출 하락과 브랜드 인지도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로운밥상이 남긴 교훈 – 한식 뷔페는 운영 구조와 경험 콘텐츠가 핵심이다
로운밥상은 ‘프리미엄 한식 뷔페’라는 콘셉트로 외식 시장의 틈새를 공략했지만, 운영 모델의 수익화 실패, 콘텐츠 리뉴얼 부재, 낮은 온라인 활용도로 인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뷔페라는 외식 형태는 단순히 음식의 양이 아니라, 매장 회전율, 폐기율, 식자재 통합 시스템, 인력 효율화까지 전반적인 운영 구조가 설계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뷔페임에도 불구하고 반복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화 전략이 동반되지 않으면, 고객은 1~2회 방문 후 금세 흥미를 잃게 된다. 로운밥상은 이 기본 원칙들을 놓쳤고, 결국 뷔페 브랜드로서의 매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현재 로운밥상은 신규 출점을 중단하고 일부 매장만 운영되고 있으며, 브랜드 확장 전략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 사례는 예비 외식 창업자와 프랜차이즈 본부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한식을 뷔페화할 수는 있지만, 구조적 설계와 콘텐츠 리뉴얼 없이는 그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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