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 오븐에빠진닭(오빠닭) – B급 마케팅으로 성공했다가 몰락한 이유

write3621 2025. 6. 28. 23:35

한때 “B급 감성 치킨”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던 오븐에빠진닭(약칭 오빠닭)은 독특한 네이밍과 가벼운 개그 코드, 유쾌한 마케팅으로 젊은 소비자층의 강한 호응을 얻으며 치킨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튀기지 않고 구운 치킨’, ‘여심 저격 감성’, ‘캐릭터 마케팅’ 등의 전략은 당시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졌다. 하지만 브랜드는 단기간 내 급속한 확장을 꾀한 이후 오히려 빠르게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며 쇠퇴의 길을 걸었다.

 

오븐에빠진닭이 성공했다가 몰락한 이유

 

오빠닭의 몰락은 단순히 유행이 지난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운영과 마케팅이 ‘콘셉트’에만 의존할 경우 얼마나 빠르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지금부터 그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보자.

 

B급 감성과 오븐치킨의 조합 – 오빠닭의 급성장 배경

오빠닭은 2010년대 초반, 치킨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일 때 ‘튀기지 않고 구운 치킨’이라는 건강 트렌드를 앞세워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오븐치킨은 고급형 이미지로 비싸고 접근성이 낮았지만, 오빠닭은 이를 유쾌하고 B급 감성으로 포장해 대중화에 성공했다.

브랜드명 ‘오븐에빠진닭’은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줄임말 ‘오빠닭’은 젊은 여성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미지로 다가갔다. 여기에 병맛 코드의 메뉴명(예: 간지가득양념, 꿀에빠진닭 등)과 캐릭터 마케팅이 시너지를 더하며 입소문을 탔다.

오빠닭은 카페 같은 인테리어와 포장·배달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1인 또는 2인 소비층을 적극 공략했다. 브랜드 출범 후 2년간 가맹점 수는 300개를 넘어서며 고속 성장했고, 외식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SNS에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면서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도 따라왔다. ‘치킨이 이렇게 감성적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오빠닭은 일시적으로 MZ세대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마케팅만 있고 시스템은 없었다 – 운영 기반 취약성

오빠닭의 몰락이 시작된 지점은, 브랜드가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정작 운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가맹점에 비해 본사의 교육, 품질 관리, 원재료 공급망이 정비되지 않았고, 매장별 서비스 편차가 심해졌다.

특히 오븐치킨은 조리 시간과 방식이 튀김보다 까다롭고,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정확한 온도와 시간 조절이 필요했다. 하지만 가맹점주 대부분은 외식 경험이 부족했고, 본사는 충분한 교육 없이 가맹만 유도하는 방식으로 확장에 집중했다. 그 결과 매장 간 맛과 품질의 편차가 커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맛이 없다”, “너무 퍽퍽하다”,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만족도가 낮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수익성도 문제가 됐다. 오븐치킨은 원가가 높고 조리 시간이 길어 회전율이 떨어지는 구조였으며, 특유의 간장소스, 꿀소스 등도 재고 관리와 식재료 낭비를 유발했다. 게다가 마케팅 비용은 높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충성도는 낮았기 때문에 매출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웠다. 이 구조는 점주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본사의 신뢰도까지 동시에 무너지게 된다.

 

유행은 빠르게 식는다 – 트렌드와 함께 사라진 브랜드

오빠닭이 택했던 ‘B급 감성’은 초반엔 독특했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에게는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브랜드 스토리나 철학 없이 웃기고 가벼운 마케팅만 반복되자, 소비자는 브랜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식상함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경쟁 브랜드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메뉴 혁신, 배달 최적화, 프리미엄 라인 확장 등을 추진할 때, 오빠닭은 여전히 과거의 ‘병맛’ 코드에 머물러 있었다. 포장 패키지, 광고 스타일, 메뉴 구성 등 전반적인 브랜딩이 시대 흐름에 뒤처지기 시작했고, 이는 MZ세대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게 만든 핵심 요인이었다.

게다가 닭을 오븐에 굽는 방식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니게 된 것도 브랜드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굽네치킨, 바른치킨 등 다양한 브랜드가 ‘구운 치킨’을 일반화시키면서, 오빠닭만의 차별성은 희석되었다. 오븐이라는 조리 방식에 기대고 있던 브랜드 정체성은 경쟁사에 의해 완전히 상쇄되었고, 소비자는 굳이 오빠닭을 선택할 이유를 잃게 되었다.

 

오빠닭의 몰락이 남긴 교훈 – 마케팅은 구조를 이길 수 없다

오븐에빠진닭의 사례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마케팅 콘셉트에만 의존할 경우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무리 강력한 브랜드 네이밍, 감성 마케팅, SNS 콘텐츠가 있더라도 운영 시스템, 품질 유지, 점주 수익 구조가 정비되지 않으면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빠닭은 ‘웃긴 이름’과 ‘유쾌한 콘셉트’만으로 출발해 성공을 맛봤지만, 음식의 본질적인 요소인 맛과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을 놓쳤다. 그 결과, 소비자는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았고, 점주는 수익을 내지 못했으며, 본사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보다 반복 가능한 수익 시스템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이 브랜드는 분명하게 증명해준다.

지금은 대부분의 오빠닭 매장이 폐점되었고, 브랜드명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소비자가 많다. 한때 ‘트렌드의 중심’이었던 브랜드가 이렇게 빠르게 사라졌다는 사실은, 외식 브랜드 창업자에게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브랜드는 콘셉트로 시작하지만, 시스템으로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