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프렌차이즈

던킨도너츠 키친 – 베이커리형 확장의 전략 실패

write3621 2025. 7. 7. 13:30

‘던킨도너츠 키친’은 도넛 중심의 테이크아웃 브랜드에서 벗어나, 카페형 베이커리 매장으로 확장하고자 했던 SP커피코리아(舊 던킨)의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다. 기존의 던킨도너츠가 테이크아웃 중심이었던 데 비해, 던킨 키친은 이탈리아풍 베이커리, 샌드위치, 브런치, 프리미엄 커피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매장 내 식사와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던킨의 새로운 변화’로 주목받았고,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와 브런치 메뉴로 화제를 모았다.

 

던킨도너츠 키친의 전략 실패

 

그러나 던킨도너츠 키친은 브랜드 정체성 혼란과 콘셉트의 과잉, 운영 효율의 문제로 인해 소수의 매장을 제외하고는 확장에 실패했고, 결국 조용히 정리되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이 사례는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콘셉트 리스크와 소비자 불일치에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도넛 그 이상’으로의 전환 – 출발은 화려했다

던킨도너츠 키친의 출범은 단순한 매장 리뉴얼이 아니었다. 이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의 전환을 목표로 한 전략적 실험이었다. 더 이상 도넛만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다양한 식사 메뉴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형 공간으로 던킨의 정체성을 재설계하려는 시도였다.

던킨 키친의 초기 매장은 서울 삼성동, 강남, 홍대 등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 층이 밀집한 지역에 열렸다. 외관은 파스텔 톤 벽면과 넓은 유리창, 고급스러운 간판과 감각적인 조명으로 꾸며졌고, 매장 내부엔 커다란 원목 테이블과 천장형 전등, 포토존까지 설치되어 ‘휴식과 식사 공간’을 강조했다.

메뉴도 달라졌다. 클래식 도넛 외에도 리코타 치즈 샐러드, 에그인헬, 아보카도 샌드위치, 클럽 샌드, 프렌치 토스트 등 브런치 메뉴를 강화했고, 커피도 핸드드립이나 콜드브루 등 고급화를 시도했다. 이처럼 비주얼, 콘텐츠, 경험 요소를 갖춘 매장 모델은 처음엔 많은 관심을 모았고,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문제는, 던킨 키친이 가진 이 ‘화려한 포장’이 실제 소비자 니즈와 브랜드 기대치 사이의 간극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브랜드 정체성 충돌 – 소비자는 왜 혼란스러웠나

던킨 키친은 기존 던킨도너츠와 다른 점을 강조했지만, 정작 소비자는 던킨이라는 브랜드에 ‘도넛 전문점’ 이상의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도넛과 커피를 간단히 사가는 곳”이라는 오랜 소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매장 디자인이 아무리 고급스럽더라도 소비자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은 실제 매장 경험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도넛은 여전히 디스플레이 맨 앞에 놓여 있고, 브랜드명에도 ‘던킨’이 유지되는 이상, 고객은 **‘왜 이 브랜드에서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먹어야 하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질문에 던킨 키친은 설득력 있는 답을 제공하지 못했다.

더불어 가격도 문제였다. 기존 던킨 대비 브런치 메뉴의 가격대는 높았고(10,000~14,000원), 커피 또한 전문 카페 브랜드에 비해 맛과 품질에서 큰 차별성이 없었다. 이는 결국 “던킨에 갔는데 분위기는 좋은데 비싸고 평범했다”는 평범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만큼, 소비자의 기대도 명확했는데, 던킨 키친은 그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획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운영 구조와 효율성 실패 – 콘셉트는 좋았지만 수익은 없었다

던킨 키친은 일반 던킨 매장보다 운영 비용이 훨씬 높았다. 샐러드와 브런치 메뉴 조리를 위해 추가 조리 인력이 필요했고, 식자재 관리도 복잡해졌다. 특히 야채나 육류, 유제품의 신선도 유지가 필수인 브런치 메뉴는 재고 폐기율이 높고, 준비 시간이 길어 회전율이 떨어지는 구조였다.

또한 매장 크기가 커지고 체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기존의 빠른 테이크아웃 구조는 사라지고, 정체되는 매장 운영 흐름이 나타났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브런치 고객과 도넛 테이크아웃 고객이 혼재하면서 서비스 동선이 꼬이기도 했다.

본사 차원에서도 정확한 수요 예측과 매뉴얼 제공이 부족했다. “던킨 키친만의 메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매장 직원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포지셔닝에 맞춘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전략 없이 기존 점포를 무리하게 리뉴얼하거나 신규로 오픈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다수의 가맹점주들은 본사 정책에 혼란을 겪었고, 운영 부담과 수익성 저하로 인해 던킨 키친 모델 자체를 포기하거나 일반 던킨으로 복귀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던킨 키친이 남긴 교훈 – 확장은 리뉴얼이 아니라 재설계여야 한다

던킨 키친은 외형적으로는 훌륭한 시도였다. 브랜딩, 인테리어, 메뉴, 감성 콘텐츠까지 어느 것 하나 허술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브랜드 확장은 단순한 리뉴얼이 아니다. 특히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 경험이 강하게 고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기존 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덧입히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던킨 키친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던킨 고객에게는 이질적인 경험을 주었고, 신규 고객에게는 경쟁력이 없었다. 또한 프랜차이즈 본부가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부담을 무리하게 현장에 전가하면서, 결국 운영 실패로 귀결되었다.

현재 던킨 키친은 소수 매장만 잔존하고 있으며, 본사도 해당 모델을 별도로 브랜딩하지 않고 조용히 정리하는 추세다. 이 사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확장을 고민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을 말해준다.
브랜드의 확장은 리뉴얼이 아니라, 정체성에 기반한 전면 재설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