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프렌차이즈

본비빔밥 – 전통 비빔밥의 브랜드화 실패 사례

write3621 2025. 7. 7. 13:25

“건강한 한 끼”, “전통의 현대화”**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출범했다. 본죽으로 유명한 본아이에프가 만든 이 브랜드는, 기존 죽 프랜차이즈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넓은 외식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으며, 한식 기반의 빠르고 건강한 식사라는 가치로 시장 공략을 시도했다. 초창기엔 비빔밥에 집중된 정체성과 안정적인 식재료 공급망을 통해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본비빔밥은 소비자들에게 인지도 확보에 실패하고,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으며 조용히 퇴장했다.

본비빔밥의 실패 사례

이는 단순히 메뉴 선호도 문제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 포지셔닝의 애매함, 경험 설계 부족, 메뉴의 콘텐츠화 실패,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실패였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획 –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본비빔밥은 ‘본죽’의 모회사인 본아이에프가 두 번째 브랜드로 야심차게 론칭한 외식 아이템이었다. 본죽이 간편식과 건강식에 강점을 보였다면, 본비빔밥은 그 연장선에서 ‘건강한 밥 한 끼’라는 명확한 메시지로 출발했다. 주요 메뉴는 불고기비빔밥, 돌솥비빔밥, 버섯나물비빔밥 등 기본적인 전통 한식의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플레이팅과 간소화된 메뉴 구성을 선보였다.

또한 본사의 강점이었던 HMR(가정간편식) 및 물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려 했고, 실제로도 주방 운영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하게 설계되어 있었으며, 점포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운영이 가능하도록 소형 매장 구조를 채택했다.

출점 초기엔 공항, 백화점, 대형 쇼핑몰, 대학가 등에 입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외식 소비자가 건강과 균형 잡힌 식사에 관심을 가지던 시기와도 어느 정도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의 전략 부재와 메뉴 경험의 확장 부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브랜드 포지셔닝의 애매함 – 비빔밥은 메인 메뉴가 될 수 있었나

본비빔밥의 가장 큰 문제는, 비빔밥이 독립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주력 상품’으로서 반복 소비를 이끌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비빔밥은 전통적으로 건강식이고 익숙한 음식이지만, 외식 메뉴로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며, 메뉴의 감성적 자극 요소가 부족하다.

경쟁 브랜드들이 덮밥, 파스타, 버거, 떡볶이 등 감각적이고 빠르게 소비되는 메뉴를 앞세워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동안, 본비빔밥은 “건강하고 익숙한 비빔밥”이라는 안전한 선택지에만 머물렀다. 이는 ‘나쁘진 않지만, 다시 찾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는 인식을 만들었고, 결국 브랜드 충성도 형성에도 실패했다.

또한 메뉴 가격은 평균 9,000~11,000원 수준으로, 경쟁 외식 메뉴 대비 특별한 차별성이 없으면서도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았다. 이처럼 ‘대체 가능한 메뉴’, ‘매력적이지 않은 경험’, ‘중간 가격대’라는 세 요소가 겹치면서 브랜드 포지셔닝은 흐릿해졌고, 소비자들은 본비빔밥을 특별한 이유 없이 외면하게 된다.

 

메뉴 콘텐츠화 실패 – 감성 소비 시대에 비주얼이 부족했다

외식 시장에서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콘셉트와 비주얼, SNS 확산 가능성, 경험 콘텐츠가 브랜드의 성패를 가른다. 그러나 본비빔밥은 이 감성적 영역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비빔밥은 전통적인 음식이라 사진으로 찍었을 때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플레이팅 역시 한정된 그릇 안에서 완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눈에 시선을 끄는 비주얼 콘텐츠화’가 어렵다.

경쟁 브랜드들이 로제, 마라, 트러플, 흑임자, 유자 등 트렌디한 재료와 콘셉트를 적극 도입해 ‘한 끼 이상의 경험’을 판매한 반면, 본비빔밥은 전통성과 건강함만을 강조하며 콘텐츠화 전략에 소극적이었다.

게다가 메뉴 업데이트가 더뎌 시즌 한정 메뉴, 스페셜 구성, 협업 상품 등의 시도가 거의 없었고, 이는 소비자에게 반복 방문의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경험 콘텐츠가 없는 브랜드는 디지털 마케팅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본비빔밥이 남긴 교훈 – 전통의 브랜드화는 전략과 구조가 함께해야 한다

본비빔밥은 한식 대표 메뉴인 비빔밥을 통해 건강하고 정직한 외식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외식 브랜드는 좋은 취지와 정체성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 소비자 경험 설계, 메뉴의 감성적 요소까지 포함한 콘텐츠 전략이 함께 작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비빔밥은 가정식이나 고급 한정식의 일부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단독 메뉴로 반복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선 메뉴 차별화, 재해석, 감각적 요소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본비빔밥은 이 모든 요소를 보완하지 못한 채 정체된 브랜드로 머물렀고,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현재 본비빔밥은 대부분의 매장이 철수되었고, 본아이에프 역시 해당 브랜드를 더 이상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 이 사례는 전통 음식을 외식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전통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될 수 있지만, 콘텐츠와 경험으로 재해석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