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빕스 버거 – 패밀리 레스토랑의 사이드 브랜드 실패

write3621 2025. 7. 7. 00:03

‘빕스 버거’는 CJ푸드빌이 운영하던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빕스(VIPS)’의 서브 브랜드로, 2010년대 중반 프리미엄 수제버거 시장 확대를 겨냥해 출범했다. 미국식 그릴 버거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빕스의 고급 이미지와 조리 노하우를 버거 아이템에 접목해 신뢰를 확보하려 했다. 이 전략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만든 정통 수제버거’라는 기대감을 형성하며 관심을 모았다.

빕스 버거의 실패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빕스 버거는 빠르게 외면당했고, 대부분의 매장이 폐점하거나 리브랜딩됐다. 이는 단순히 경쟁 심화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 간 충돌, 포지셔닝 실패, 소비자 경험 부재, 운영 구조 불안정이라는 복합적 실패 요인이 맞물린 결과였다.

 

프리미엄 버거 시장 진입 시도 –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국내 외식 시장은 정통 수제버거 붐이 일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롯데리아·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와 차별화되는 수제버거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고, 쉐이크쉑의 국내 진출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빕스는 이 시장을 겨냥해 ‘빕스 버거’라는 독립 브랜드를 기획하고, 기존의 ‘빕스’보다 저렴하지만 고급스러운 버거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초기 콘셉트는 나쁘지 않았다. 패티는 빕스의 그릴 시스템을 활용해 직화 조리했고, 아보카도 버거·치즈범벅 버거·와사비 마요 버거 등 트렌디한 메뉴 구성도 갖추고 있었다. 인테리어 역시 캐주얼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로 꾸며졌고, 카페형 버거 다이닝 콘셉트를 지향하며 젊은 층의 유입을 기대했다.

특히 빕스라는 모(母)브랜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초반엔 브랜드 신뢰도가 높았고, “CJ에서 만든 수제버거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소비자 기대감도 존재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기대에 비해 소비자 경험의 완성도와 운영 전략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중간 포지셔닝의 혼란 – 정체성 없는 브랜드 이미지

빕스 버거의 가장 큰 약점은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고급스러운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의 하위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실제 가격대와 매장 분위기는 중저가 수제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프리미엄도, 대중성도 모두 확보하지 못한 애매한 위치에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 쉐이크쉑은 뉴욕 감성, 고든램지는 셰프 브랜드, 맘스터치 피에스버거는 가성비 등 각자 확실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빕스 버거는 “무난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브랜드로 인식되었다. 패티 품질이나 조리 방식, 소스 맛 모두 경쟁 브랜드와 큰 차별성이 없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여기서 먹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빕스와 동일한 BI, 유사한 인테리어, 이름을 공유하다 보니 브랜드 간 충돌도 발생했다. “빕스에서 파는 버거랑 뭐가 다르지?”, “빕스에 가면 스테이크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버거만?”이라는 인식은 소비자 유입을 오히려 방해했다. 빕스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족식·식사 중심’ 이미지는 단일 버거 메뉴에 적합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마케팅 혼란으로 이어졌다.

 

콘텐츠 부족과 운영 전략 실패 – 경쟁에서 밀리다

수제버거는 단순히 햄버거를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콘셉트와 경험의 브랜드화가 중요하다. 빕스 버거는 이 영역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경쟁 브랜드들은 SNS 마케팅, 유튜브 리뷰, 시그니처 메뉴, 시즌 한정판 등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빕스 버거는 메뉴 업데이트나 프로모션이 거의 없었다.

또한 매장별 운영 편차가 심했고, 일부 매장은 기존 빕스 매장에 합쳐지거나 비정형 구조로 운영되면서 브랜드 일관성이 붕괴되었다. 본사 차원의 매뉴얼, 마케팅, 직원 교육 시스템도 미흡했고, 이는 점주의 혼란과 소비자 만족도 저하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 구조였다. 버거 전문점은 빠른 회전율과 효율적인 주방 동선이 핵심인데, 빕스 버거는 패밀리 레스토랑식 주방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하며 과도한 인건비와 낮은 회전율로 이어졌다.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에 최적화되지 않은 구조도 코로나 이후 외식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빕스 버거는 수익도, 브랜드 이미지도, 소비자 충성도도 확보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빠르게 밀려났고, 본사 역시 브랜드 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빕스 버거가 남긴 교훈 – 강한 브랜드일수록 확장은 더 신중해야 한다

빕스 버거의 실패는 단순한 제품 문제나 외부 경쟁 심화 때문이 아니다. 이는 브랜드 확장 전략의 본질적인 오류에서 비롯된 사례다. 이미 강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빕스)가 서브 브랜드를 출범할 경우, 모브랜드와의 관계 설정, 타깃 구분, 운영 구조 차별화 등 모든 요소에서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외식업에서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의 독창성’이 없으면, 아무리 대기업이 운영해도 외면받는다. 빕스 버거는 마치 ‘큰 브랜드의 이름값’을 앞세워 간단히 버거 시장에 진입하려 했고, 그 결과는 철저한 실패로 돌아왔다.

현재 빕스 버거는 대부분의 매장이 철수했고, 일부는 기존 빕스 레스토랑 내 버거 메뉴로 통합되었다. 이 사례는 대기업 외식 브랜드, 프랜차이즈 기획자 모두에게 명확한 경고를 준다.
브랜드 확장은 이름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구조·경험·전략까지 새로 짜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