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싸움의고수 – 감성 백반의 상업화가 실패한 이유

write3621 2025. 7. 6. 23:55

‘싸움의고수’는 “엄마의 밥상”, “밥이 생각나는 순간”이라는 감성적인 콘셉트로 출발한 백반 전문 프랜차이즈다. 한식이 가지는 정서적 안정감을 브랜드화하면서, 젊은 층까지 포섭하려는 전략은 초반 꽤 성공적이었다. 정식 메뉴를 나무 쟁반에 담아 깔끔하게 내는 방식, 따뜻한 밥과 국, 정갈한 반찬 구성은 단출하면서도 심리적인 만족을 주었고, 셀프 리필 시스템은 편리함까지 더했다.

 

싸움의고수가 상업화에 실패한 이유

 

하지만 빠른 확장 이후 브랜드는 곧 한계를 드러내며 다수의 매장이 폐점하거나 정체 상태에 빠졌다. 이는 단지 유행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콘셉트의 상업화 과정에서 본질을 잃고, 구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운영모델에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감성 한식 정식 브랜드의 신선한 출발

싸움의고수는 ‘정식’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브랜드였다. 평범한 백반을 따뜻한 밥 한 공기와 소박한 반찬들로 구성해, 마치 ‘집밥 같은 외식’을 제공하고자 했다. 특히 쟁반 한 상 차림, 전통적인 도자기 그릇, 톤 다운된 인테리어는 감성 소비에 익숙한 MZ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초기에는 고등어조림정식, 제육볶음정식, 간장계란밥정식 등 익숙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부모님과의 외식, 혼밥, 소규모 회식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밥이 맛있다”는 피드백, “고등어가 생선집보다 낫다”는 호평도 많았고, 후식으로 제공되는 식혜나 수정과 같은 소소한 디테일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였다.

매장 운영은 반셀프 형태로 효율적으로 설계되었고, 회전율이 빠른 도시형 매장 구조 덕분에 소자본 창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보였다.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감성 마케팅을 강화하며 ‘요즘 백반’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포 수를 늘려갔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에 비해 브랜드의 내적 완성도는 빠르게 따라오지 못했다.

 

상업화 과정에서 무너진 ‘진심’의 이미지

싸움의고수가 초기에 보여준 감성은 확실히 강력했지만, 그것을 프랜차이즈로 대량 전개하면서 감성의 진정성은 빠르게 희석되었다. SNS 감성 콘텐츠는 반복되며 소비자에게 식상함을 주었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식당”으로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또한 각 매장의 퀄리티 편차가 커지면서 “진짜 집밥 같은 정성”보다는 “가격에 비해 평범한 밥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누적되었다.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메뉴의 균질화가 필수인데, 싸움의고수는 매장 규모와 점주의 역량에 따라 조리 퀄리티, 반찬 구성, 위생 상태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콘셉트는 감성적이지만 실체는 따라가지 못한 상태가 반복되면서, 고객은 브랜드에 대해 실망감을 갖게 되었고, 재방문율은 빠르게 하락했다. ‘한 끼 밥집’이라는 포지셔닝 자체는 문제없었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시스템과 경험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했다.

결국 “감성 마케팅만 앞세우고, 실제 내용은 부족하다”는 평가는 매장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가맹점 폐점률 증가로 연결되었다.

 

운영 수익 구조의 한계 – 고정비와 식자재 부담

감성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자재 퀄리티 유지, 정갈한 세팅, 넓은 공간 활용이 필요하지만, 이는 모두 비용 증가 요인이다. 싸움의고수는 정식 메뉴 가격을 9,000~13,000원 사이로 책정했지만, 이 가격대에서 적절한 수익을 내기엔 고정비와 재료비 부담이 너무 컸다.

메뉴당 다품종 소량 재료가 필요하고, 당일 조리로 운영해야 하며, 셀프 리필 시스템으로 인해 식자재 소모가 예측보다 크고 폐기율도 높았다. 특히 생선조림이나 나물류처럼 손이 많이 가는 메뉴는 인건비 문제로 효율이 떨어졌고, 자동화 조리 시스템이 없는 매장은 직원 의존도가 높았다.

이로 인해 일부 점주는 메뉴 수를 줄이거나, 반찬 구성을 단순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다시 고객 만족도 하락과 리뷰 평가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브랜드 본사도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일부 식자재 품질을 조정했지만, 그럴수록 초창기 감성 콘셉트와는 점점 멀어졌다.

수도권 임대료 상승과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1일 평균 방문자 수가 100명을 넘지 못하는 매장은 흑자 전환이 어려운 구조가 되었고, 본사는 가맹점 수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지게 되었다.

 

싸움의고수가 남긴 교훈 – 감성은 전략이지만, 구조는 현실이다

싸움의고수는 한식 백반을 감성 콘텐츠로 풀어낸 신선한 시도로, 외식 브랜드가 어떻게 일상적인 메뉴를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프랜차이즈화의 본질은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와 반복 가능한 품질 유지에 있다. 감성은 마케팅의 수단일 뿐, 브랜드의 기반은 철저한 구조화에 있다.

정식 한 상은 아름답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식자재, 인력, 조리, 회전율, 원가관리, 공간 설계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된다. 싸움의고수는 이 모든 구조적 요소를 감성으로만 덮으려 했고, 결국 소비자와 점주 모두에게 실망을 안겼다.

현재 싸움의고수는 점포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신규 창업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 사례는 예비 창업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감성으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시스템으로 버티지 않으면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