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밥 – 음료와 식사의 결합이 통하지 않은 이유
‘쉐이크밥’은 음료와 식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외식 아이템으로 한때 주목을 받았던 퓨전 프랜차이즈다. 컵밥 형태로 구성된 다양한 덮밥류 메뉴에 스무디, 쉐이크, 밀크티 등 음료를 세트로 제공하는 콘셉트는 1인 고객, 특히 10~20대 소비자를 겨냥한 참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특히 포장과 테이크아웃 중심 구조, SNS 공유에 최적화된 비주얼은 초기 빠른 확산을 이끌어냈고, 쇼핑몰·캠퍼스 인근 상권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매장을 확장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쉐이크밥은 대중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대부분의 매장이 폐점하거나 콘셉트를 변경하게 된다. 그 원인은 단순한 유행 종료가 아니라, 소비자 경험의 혼란, 메뉴 조합의 미스매치, 핵심 가치 부족, 구조적 수익성 한계에 있었다.
SNS 시대에 어울리는 참신한 출발 – 시각적 매력으로 소비자를 끌다
쉐이크밥은 전통적인 식사와 음료의 경계를 허물고, 이를 하나의 세트로 묶어 포장형 메뉴로 구성했다. 불고기밥, 치킨마요, 매운제육 등 익숙한 덮밥 메뉴를 플라스틱 컵에 담고, 그 옆에 프라푸치노나 생과일 쉐이크를 함께 판매하는 방식은 비주얼적으로 상당히 신선했다.
초기 마케팅 전략도 감각적이었다. ‘한 손엔 밥, 한 손엔 쉐이크’라는 문구와 함께, 바쁜 현대인의 점심, 이동 중 식사, 가벼운 끼니 등의 테마를 강조했다. 포장과 테이크아웃에 최적화된 메뉴 구성은 배달앱 확장기와 맞물려 빠르게 확산되었고, 특히 대학가나 지하철역, 쇼핑몰 푸드코트 등에서 젊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1인 혼밥 문화가 자연스러워지던 흐름에서, 덮밥과 음료의 조합은 ‘부담 없이 혼자 먹을 수 있는 식사’로 인식되었고, SNS 인증 사진도 확산되며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접근성이 높아졌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가맹을 늘려나갔고, 단기간에 수십 곳의 매장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성공은 단지 ‘비주얼’에 기댄 시작일 뿐, 구조적으로 탄탄하지 못했다.
핵심 가치의 불분명 – 음료와 식사의 정체성 충돌
쉐이크밥의 가장 큰 문제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정체성이 소비자에게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식사를 원할 땐 식사를, 음료를 원할 땐 음료를 찾는다. 그러나 쉐이크밥은 이 두 가지를 억지로 결합하며 ‘무엇을 위한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특히 음료와 밥이라는 조합은 실제 식사 경험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예를 들어, 매콤한 제육덮밥을 먹으며 초코쉐이크를 함께 마시는 것은 미각적으로도 혼란스러웠고, 일부 소비자에게는 “밥도 애매하고, 음료도 별로”라는 인식을 주게 되었다.
초기에는 ‘세트 할인’이라는 장점으로 소비자를 유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피드백이 누적되었다. 특히 밥의 품질, 고기의 양, 소스의 간 등이 점점 ‘편의점 컵밥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음료 또한 카페 수준에 못 미치는 퀄리티로 평가되었다.
결국 브랜드는 ‘새롭지만 또 먹고 싶지는 않은’ 콘셉트로 소비자 기억에 남게 되었고, 재방문율은 급격히 낮아졌다. 구조적으로 반복 소비를 유도할 수 없는 조합이 브랜드 전체를 무너뜨린 셈이다.
리뉴얼 실패와 운영 구조 미비 – 가맹점 수익 악화로 이어지다
쉐이크밥의 리스크는 비단 메뉴 구성에만 있지 않았다. 운영 시스템과 본사 지원 시스템 전반이 약했다는 점도 큰 문제였다. 가맹점은 소규모 창업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본사에서 제공하는 메뉴 교육, 재고 관리, 위생 매뉴얼 등이 부족해 매장 간 품질 편차가 극심했다.
또한 음료와 식사의 이중 조리 구조는 주방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조리 시간도 예상보다 길었다. 한 명이 밥과 음료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회전율이 낮아졌고, 점심 피크타임에 대기 줄이 생기면서 고객 이탈이 반복되었다.
메뉴 원가도 문제였다. 생과일 쉐이크나 프라푸치노 계열 음료는 식자재 원가가 높고 유통 기한도 짧아, 재고 관리가 어려웠고, 이는 점주의 수익률을 악화시켰다. 결국 많은 가맹점이 “팔수록 남는 게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메뉴 자체를 임의 축소하거나, 단품 판매로 구조를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브랜드 통일성은 무너졌고, 소비자는 “어느 매장은 쉐이크가 없고, 어느 매장은 밥이 더 적다”는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운영 구조 미비는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쉐이크밥이 남긴 교훈 – 퓨전은 콘셉트가 아니라 구조로 증명해야 한다
쉐이크밥은 한때 ‘신개념 식사 음료 브랜드’로 외식 업계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퓨전 콘셉트는 단지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구조적으로 반복 가능한 경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메뉴가 신기하다고 무조건 찾지 않는다. 맛, 조화, 운영, 가격, 분위기 모든 요소가 함께 완성되어야 외식 브랜드로 생존할 수 있다.
브랜드는 혁신을 표방할수록 더 높은 기대치를 마주하게 된다. 쉐이크밥은 처음엔 ‘이색적’이라는 강점을 가졌지만, 이후 그 이색성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핵심 가치가 모호해지고, 수익 모델도 불안정해지면서 매장 확장은 멈추고 브랜드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현재 쉐이크밥은 대부분 폐점하거나 타 브랜드로 전환되었고, 신규 창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사례는 퓨전 콘셉트를 기획하는 외식 창업자에게 명확한 경고를 남긴다.
아이디어가 브랜드를 만들 수는 있어도, 구조와 경험이 없으면 브랜드는 절대 유지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