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락한 프렌차이즈

🍱 스쿨푸드 – 고급 분식의 선두주자였지만 사라진 이유

write3621 2025. 6. 30. 22:18

‘스쿨푸드(School Food)’는 단순한 분식을 세련된 외식 브랜드로 재해석하며 2000년대 초반부터 빠르게 성장한 고급 분식 프랜차이즈였다. 삼각김밥, 떡볶이, 김치볶음밥 같은 친숙한 메뉴를 감각적인 플레이팅과 트렌디한 매장 인테리어로 포장해 MZ세대와 젊은 직장인을 사로잡았고, 한때 ‘고급 분식’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특히 청담동, 신사동, 압구정 등 주요 상권에서 힙한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연예인 단골 손님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지금 스쿨푸드는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잊혀졌고, 전국 매장 수 역시 크게 줄었다.

 

스쿨푸드가 사라진 이유

 

그 몰락의 원인은 단순히 외식 트렌드 변화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져야 할 지속적 혁신과 운영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였다.

 

분식을 고급화하다 – 스쿨푸드의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

스쿨푸드는 ‘익숙한 메뉴를 낯설게 만든다’는 콘셉트로 등장했다. 김밥, 떡볶이, 볶음밥 같은 길거리 음식 혹은 분식집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메뉴들을,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와 현대적인 플레이팅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이 브랜드의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특히 ‘마요네즈 삼각김밥’, ‘모짜렐라 떡볶이’, ‘김치볶음밥롤’ 같은 독특한 메뉴명과 조합은 기존 분식과의 차별성을 소비자에게 강하게 인식시켰다.

청담동, 압구정, 강남역 등 유행에 민감한 상권에 매장을 집중시킨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트렌드 세터들이 방문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스쿨푸드는 자연스럽게 ‘힙한 분식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드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가격이 다소 높아도 젊은 층에게는 일종의 문화 소비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전략은 한동안 유효했고, 스쿨푸드는 고급 분식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브랜드가 자리잡은 이후,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점차 고객의 관심을 잃기 시작했다. 첫인상은 강했지만, 지속 가능한 매력 포인트가 부족했던 것이다.

 

고급 가격, 낮은 포만감 – 소비자 피로 누적

스쿨푸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가격 대비 만족도였다. 김밥 한 줄이 6천~7천 원, 떡볶이 한 접시에 9천 원이 넘는 경우도 많았고, 2인이 간단히 식사해도 2만 원 이상이 드는 경우가 흔했다. 이는 분식에 대한 일반적인 가격 기대치와는 큰 괴리가 있었고, 처음엔 ‘감성’으로 소비되던 이 지출이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에게 피로감으로 전환되었다.

메뉴 자체의 조리 방식은 간단했지만, 재료의 구성이나 양이 기대 이하라는 불만도 많았다. 특히 양이 적고 포만감이 떨어진다는 리뷰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맛은 있는데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매장이 배달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였고, 포장 시 품질 저하가 심하다는 점도 한계였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중심 외식 환경으로 전환된 시점에 스쿨푸드는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고급 분식이라는 포지셔닝을 유지하면서 배달 퀄리티를 확보하기란 어려운 과제였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만족도 저하로 연결되었다.

 

브랜드 리뉴얼 부재 – 변화 없는 고급 브랜드는 식상하다

스쿨푸드는 초창기 성공 이후, 브랜드 리뉴얼이나 신메뉴 개발에 있어 매우 느린 반응을 보였다. 2000년대 감성을 유지한 로고, 메뉴판, 매장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나며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았고, 젊은 고객층은 점점 더 트렌디한 브랜드로 눈을 돌렸다.

한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모짜렐라 떡볶이’, ‘김치볶음밥롤’ 등의 메뉴도 경쟁 브랜드들이 유사하거나 더 강력한 맛과 비주얼로 재해석해 출시하면서 차별화 우위가 사라졌다. 반면 스쿨푸드는 시즌 한정 메뉴, 한정판 콜라보, 비주얼 중심 메뉴 출시 등 소비자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전략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브랜드 마케팅도 정체되어 있었다. SNS 채널 관리가 미비했고, 바이럴 콘텐츠, 인플루언서 마케팅, 리뷰어 연계 홍보 등 디지털 채널 활용도가 낮았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식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결국 소비자는 스쿨푸드를 ‘유행이 지난 고급 분식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었고, 충성 고객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스쿨푸드가 남긴 교훈 – 고급화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스쿨푸드는 분식을 고급화한 첫 번째 브랜드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외식 산업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고급화는 브랜드의 목표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고객은 고급스러움뿐 아니라, 지속적인 만족감, 경험의 다양성, 시대에 맞는 감성을 원한다. 스쿨푸드는 그 기대를 끝까지 충족시키지 못했다.

분식이라는 기본 아이템은 매우 빠르게 소비되고, 경쟁도 치열하다.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스쿨푸드는 시작은 좋았지만, 변화하지 않았고, 결국 소비자와의 거리도 멀어졌다.

지금 스쿨푸드는 일부 핵심 지역에서만 운영 중이며, 그 외 지역에서는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예비 창업자나 브랜드 기획자는 이 사례를 통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고급화 전략은 처음엔 주목을 끌 수 있지만, 장기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브랜드의 꾸준한 진화와 고객과의 감성 접점이라는 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