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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연구소 – 유행형 베이커리 브랜드의 한계와 트렌드 소멸

‘식빵연구소’는 단순한 식사 빵이었던 식빵을 주인공으로 만들며, 고급화된 베이커리 대세를 이끌었던 브랜드다. 다양한 맛과 토핑, 두툼하고 부드러운 결, 그리고 ‘갓 구운 식빵’이라는 감성을 더해 소비자의 미각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했다. 특히 SNS 콘텐츠 확산과 큐레이션 중심의 맛집 리뷰를 통해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했고, 일시적으로는 매장 앞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식빵연구소의 한계와 트랜드 소멸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 구매의 어려움, 유행을 벗어난 소비 심리, 메뉴 다양성 부족 등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고, 결국 다수의 가맹점이 폐점하거나 타 브랜드로 전환되었다. 이 글에서는 식빵연구소의 흥망을 중심으로 유행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갖는 본질적인 한계와 구조적 취약점을 분석한다.

 

식빵의 재발견 – 감성과 품질로 소비자를 사로잡다

식빵연구소는 이름 그대로 ‘식빵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명확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진출하였다. 기존의 평범한 사각 식빵과는 달리, 크림치즈·얼그레이·녹차·단팥·모차렐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프리미엄 식빵’을 큐브 형태 또는 굽기 직후 제공하며 시각적 차별성과 촉감, 풍미의 완성도를 강조했다.
이 브랜드는 특히 ‘갓 구운 따뜻한 식빵’이라는 경험 중심의 마케팅에 집중했다. 일반적인 베이커리가 빵을 진열해두는 반면, 식빵연구소는 정해진 시간마다 구워낸 식빵을 고객이 직접 받아가는 시스템을 통해 ‘한정 생산 → 빠른 소진’ 구조를 만들며 희소성과 신선도를 강조했다. 이 구조는 소비자에게 ‘빨리 가지 않으면 못 먹는다’는 심리적 압박을 주며 자연스러운 입소문과 SNS 공유를 이끌어냈다.
매장 실내장식은 깔끔하고 정제된 화이트톤과 우드 소재를 활용해 감각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포장 패키지도 고급스럽게 제작되어 선물용 식빵이라는 새로운 소비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런 전략은 20~30대 여성 고객층에 정확히 적중하며 단기간 매출 급증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유행은 항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꺾이게 되어 있고, 식빵연구소 역시 그 흐름을 넘어서지 못했다.

 

유행의 끝에서 반복되지 않는 소비 – 구조적 한계 드러나다

식빵은 탄수화물 중심 식품이다. 기본적으로 ‘자주 먹기엔 부담되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일반 빵보다 크기나 중량이 큰 식빵은 재구매까지의 간격이 자연스럽게 길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초기엔 ‘신기하고 예쁜 빵’이라는 이유로 구매가 이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먹을 땐 좋지만, 자주 사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 반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식빵이라는 품목 특성상 1~2회 경험 이후 재방문 유인이 부족했다. 토핑이나 맛이 다양하긴 했지만, 기본이 되는 반죽 구조가 같고, 조리 방식 역시 유사하여서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 번 방문해 3~4개를 구매한 고객이 일주일 이상 재방문하지 않으면서, 매장의 회전율은 빠르게 떨어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경쟁 베이커리 브랜드들이 ‘식빵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식빵연구소의 희소성이 약화하였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성심당 같은 브랜드는 프리미엄 식빵을 다양하게 출시했으며, 개별 베이커리들도 직접 구운 수제 식빵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식빵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다”는 이유가 사라졌다.
결국, 식빵연구소는 ‘유행하는 맛집’은 될 수 있었지만, 일상적으로 찾게 되는 베이커리가 되지 못했다.

 

운영 확장과 품질 관리의 불균형 – 가맹점의 고충

식빵연구소는 초기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빠르게 가맹점을 모집했다. 인테리어 콘셉트와 초기 홍보 콘텐츠만으로도 ‘핫한 상권’에 어울리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퍼졌고, 실제로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광역시, 신도시에도 매장이 확산되었다.
하지만 가맹 확장은 본사 시스템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었고, 식빵의 퀄리티 유지와 운영 효율성 사이에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크림이나 치즈가 들어간 식빵은 온도, 숙성, 반죽 밀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크며, 정확한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속이 비거나 찢어지는 등의 불량 제품이 발생하게 된다.
매장 운영자로선 하루 수십 개의 식빵을 일정 시간 안에 구워야 했고, 초보 점주는 반죽 숙성이나 굽기 타이밍을 놓쳐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따라 매장별 제품의 일관성이 무너졌고, 고객 클레임이 증가했으며, 이는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유통 기한이 짧고, 1인 고객이 구매한 식빵을 일주일 내 소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가 재방문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졌다. 점주들은 ‘팔릴 때는 잘 팔리지만, 회전율이 낮아지면 재고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경영 위험을 느끼기 시작했다.

 

식빵연구소가 남긴 교훈 – 유행을 넘어 구조가 있어야 한다

식빵연구소는 제품력도 있었고, 감성적 브랜딩도 성공했으며, 유행에도 올라탔다. 그러나 브랜드는 유행이 끝난 후에도 ‘왜 다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식빵연구소는 이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는 반복해서 경험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매일 가기엔 무겁고, 매주 가기엔 지루하며, 기념일용으로는 기능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선물용 일회성 맛집’에 머무르게 된다. 식빵연구소는 결국 그렇게 소비되었다.
또한 프랜차이즈라면 빠른 확장보다 중요한 것이 ‘유지 가능한 품질’과 ‘지속적인 신제품’이다. 본사의 품질 관리 시스템이 미비했고, 점주 교육이나 매뉴얼의 확립도 부족했던 식빵연구소는 초기 흥행 이후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